유통구조와 생산 혁신 통해 밀크플레이션 잡을 때
2023.07.28 11:26
수정 : 2023.07.28 13: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흰 우유와 발효유 등 신선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의 기본가격이 우여곡절 끝에 인상됐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 27일 흰 우유 등 신선 유제품의 원료인 '음용유용 원유'는 L당 88원, 치즈 등 가공 유제품의 재료인 '가공유용 원유'는 L당 87원 인상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번 협상은 원재료 가격인상과 물가인상 부담을 우려하는 의견간 충돌로 갈등을 거듭해왔다.
우선, 밀크플레이션 우려다. 원유값이 오르면 아이스크림과 빵, 커피, 과자 등의 가격이 도미노처럼 오를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과도한 해석이라고 일축한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일반 빙과류의 경우 유제품이 거의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빵과 과자도 유제품 사용 비중이 1∼5% 수준이라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원유값 부담을 느낀 대다수 외식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입 멸균우유를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원유값 인상이 밀크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과장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의문이 든다. 이런 논리로 따지면 우유가격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의 가격 인상도 같은 잣대로 설명 가능하다. 그렇다면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아울러 지난해에도 원유값이 오르면서 일부 아이스크림 가격은 20%가 오르고 과자류도 10%대 상승했다. 이런 가격인상 랠리가 올해도 벌어질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더욱 큰 고비는 유통마진이다. 이번 원유값 인상을 반영하는 시점은 10월이다. 원유가격 인상이 시장에 나올 제품에 반영되는 시간을 벌어둔 셈이다. 이 시간 동안 유통업계와의 가격 흥정이 벌어질 것이다. 낙농업계와 유가공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격 인상을 최소화시켜도 유통마진이 크면 무용지물이다.
결국 밀크플레이션 영향력은 정부의 말처럼 현 시점에서 가늠할 수 없다. 유통업계에서 어느 정도 마진폭을 잡느냐에 따라 밀크플레이션의 파급력이 좌우될 것이다. 특히 정부는 해마다 벌어지는 원유값 인상 논란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생산비 증가를 단순히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산업은 미래가 없다. 질 좋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제품생산은 규모의 경제를 이룰 때 가능하다.
우리나라 유업계는 국내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수입 멸균 우유 시장마저 성장하면서 큰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으며 매년 원유값을 인상하겠다는 소리만 낼 것이다. 정부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밀크플레이션 리스크를 해소할 특단책을 고민하기 바란다. 기업의 생산 혁신과 유통구조의 개선 등 근본적인 업계 경쟁력 방안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