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움직이는 지브리'…닛테레가 경영 키 잡는다
2023.09.22 11:17
수정 : 2023.09.22 14:42기사원문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수많은 흥행작을 남긴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요미우리 계열 니혼테레비(닛테레)에 인수된다.
NHK에 따르면 닛테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지분 42.3%를 취득할 방침이라고 21일 발표했다.
추후 닛테레가 사장 등 임원을 파견해 경영 지원 계약을 맺고 오는 10월6일부터 본격적으로 자회사화할 계획이다.
지브리는 회사 인수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영화 제작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의 인연은 닛테레가 미야자키 하야오(82) 감독의 대표작,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첫 TV 방영했던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후로도 영화 방송을 통해 지브리 작품 방영을 이어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닛테레는 '마녀배달부 키키' 제작 출자 외에도 2001년 개관한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설립에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니혼테레비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가치관을 존중해왔기 때문에야 말로 앞으로도 브랜드 가치를 계속해서 지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브리가 닛테레의 자회사가 되기로 한 이유는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아들인 고로 감독에게 스튜디오를 물려줄 생각이었지만 고로 본인도 "혼자서는 버겁다. 회사 장래는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고 마다했다. 아버지에 버금가는 실적을 남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지브리 사장에서 물러나는 스즈키 도시오(75) 프로듀서는 "지브리는 상상을 뛰어넘는 큰 존재이며 개인이 아닌 커다란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잘 굴러갈 수 없다. 안심하고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가 오래된 닛테레에 경영을 부탁드리면 주위에서도 납득해주실 것으로 생각했다"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동의했다고 했다.
이어 "경영은 맡기고 우리는 작품 제작에 몰두하겠다. "지금까지대로 지브리를 꾸려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만 지켜진다면" 두 회사의 관계가 깊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브리와 닛테레의 계약은 후계자 육성과도 관계가 있다. 미야자키 감독에 비견할 만한 유망주를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는 스즈키 감독은 "젊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TV 시리즈다. 이를 위해서는 진짜 경영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은퇴를 번복하고 제작한 마지막 작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개봉한 미야자키 감독에 대해서는 향후 기획 단계까지만 관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견에 출석한 스기야마 요시쿠니 닛테레 회장은 "앞으로 더 원만히 애니메이션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 닛테레에게도 득이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브리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는 닛테레의 후쿠다 히로유키 전무는 "큰 역할을 맡게되어 긴장되지만 가능한 한 힘을 발휘하고 싶다. 적어도 지브리 팬이 실망할 만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