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로 얼룩진 日거대 엔터 '쟈니스', 간판 내리고 역사속으로
2023.10.17 05:30
수정 : 2023.10.17 05:30기사원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창업자 겸 전 사장인 고 쟈니 기타가와의 성착취를 인정한 일본 최대 엔터테이먼트 업체인 '쟈니스'가 17일부터 새로운 사명인 '스마일업'으로 변경한다. 1962년 회사 설립 이후 60년 넘게 지켜온 간판을 결국 내렸다. 새 사명인 스마일업도 피해자 구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폐업, 완전히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새 출발을 하겠다는 게 경영진의 구상이다.
스마일업에 따르면 새로운 사명 변경에 따라 '칸쟈니∞'와 '쟈니즈 웨스트' 등의 소속 그룹명도 순차적으로 변경된다.
소속 탤런트 굿즈를 판매하는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의 쟈니즈 숍도 16일 마지막 영업일을 맞았다.
회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사명을 계속 사용한다고 했으나 소속 탤런트를 광고에 기용하고 있던 기업들의 비판이 커지면서 방침을 전환했다.
스마일업은 피해자 구제 및 보상에 특화해 대응을 마친 뒤 폐업할 계획이다. 회사는 소속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나 육성을 담당하는 새로운 회사를 1개월 이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새 회사명은 팬클럽 공모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7일 쟈니스는 기자회견을 열어 쟈니 기타가와에 대한 성착취 의혹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후지시마 전 사장은 사임을 밝혔으며, 차기 사장으로 소속 탤런트였던 히가시야마 사장이 취임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 소년대 출신인 그는 연예계를 은퇴하겠다고 했다.
쟈니스는 쟈니 기타가와가 1962년 설립한 연예기획사로 스맙, 아라시, 캇툰, 칸쟈니 등 다수의 아이돌 그룹을 배출한 일본 최대 기획사다.
창립자 쟈니 기타가와는 2019년 7월 사망한 이후 연습생 격인 쟈니스 주니어 출신 오카모토 카우안이 미성년자 시절 쟈니 기타가와로부터 성 착취를 당한 사실을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오카모토의 폭로 이후 쟈니 기타자와에게 성 가해를 받은 피해자들이 잇따라 폭로하면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7월 일본을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인권이사회는 "(쟈니스) 사무소의 탤런트 수백명이 성적 착취·학대에 휘말렸으며 깊이 우려해야 할 의혹이 드러났다"고 조사 결과 일부를 발표했다. 관련 보고서는 내년 6월 공개될 예정이다.
일본 NHK는 연말 국민 프로그램인 '홍백가합전'에 쟈니스 사무소 소속 연예인 출연을 금지했다. NHK 이나바 노부오 회장은 "쟈니스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재발 방지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판단될 때까지 소속 연예인의 출연을 보류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방송사, 광고 업계에서도 쟈니스 소속 연예인 출연에 대한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