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에 “만나러 가겠다” 한화의 진정성이 김강민의 마음을 녹였다. 짐승은 원클럽맨을 포기했다
2023.11.24 20:08
수정 : 2023.11.24 22: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밤 12시에 손혁 단장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김강민의 '결심만 서면'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김강민은 현재 대구에 있으니, 내일 대전에 들르겠다고 화답했다.
한화의 진정성이 FA급 베테랑의 마음을 잡았다. 김강민이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연장하기로 했다. 우승 반지만 5개. 원클럽맨의 상징성은 프로 선수에게 있어서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선수에게 있어서는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영광이다. 하지만 김강민은 이를 모두 포기하고 한화 이글스의 주황색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김강민은 오늘 낮 손혁 단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굳건하게 현역 연장의 뜻을 밝혔다. 큰 고민이 되었을 문제지만, 김강민은 이미 마음을 굳히고 대전으로 내려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화에게 큰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화는 김강민을 최대한 예우했다.설령 은퇴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시종일관 밝혔고, 1년 그 이상 선수생활을 해주기를 원했다. 김강민의 성실성을 누구보다 잘알기에 고참 노릇을 잘 해준다면 코칭스테프로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는 자원으로 그를 생각했다.
그에 관한 구체적으로 제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손혁 단장이 직접 그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강하게 “함께 하자”며 그를 설득했다. 한화는 기회의 땅이었다.
잘한다면 충분히 그 이상도 선수생활이 가능하다. 정우람의 플레잉코치 같은 긍정적인 사례도 있었다. 결국, 김강민이 강하게 마음을 먹었다. 인천의 팬들을 뒤로하고, 원클럽맨의 영광도 포기하고 대전으로 향했다.
해당 결심으로 김강민은 SSG의 영구결번 또한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한화 이글스에서의 첫 우승을 위해서 자신의 야구 인생 마지막을 장식하기로 결심했다.
김강민은 "23년동안 원클럽맨으로 야구를 하며 많이 행복했다. 신세만 지고 떠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다. 보내주신 조건없는 사랑과 소중한 추억들에 감사하다. 새로운 팀에서 다시 힘내보겠다"라고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한편, 한화 이글스를 싱글벙글이다. 김강민이 FA급 베테랑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손혁 단장과 최원호 감독 모두 김강민에 대해서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다. 한화는 상대적으로 외야가 내야보다 많이 약하다. 외야 불균형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정도다. 특히, 수비력이 그렇다.
주전 중견수도 무주공산이거니와 타격이 좋은 페라자나 최인호 모두 수비가 상대적으로 아쉽다. 이따금씩 외야로 나갈 수 있는 채은성이나 작년 루키 문현빈도 마찬가지다. 결국, 김강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한화에서는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대수비 요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소한 페넌트레이스의 절반 정도는 주전으로 나갈 여건이 되고있고, 중견수 제1옵션이 될 수도 있다. 올해 10홈런을 때리며 가능성을 보여준 이진영과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
거기에 큰 경기에서는 단연코 김강민이 더 크나큰 쓰임새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범위로 그렇지만, 2022년 한국시리즈에서도 보여준 일발 장타력도 김강민의 매력을 더욱 드높이는 것 중에 하나다.
다른 팀이라면 몰라도 한화에서는 사실상 FA급 베테랑이다. 그뿐이 아니다. 한화에는 내야에 안치홍이라는 특급 옵션이 합류한다. 한화는 지난 시즌 나름대로 계산이 서는 주전 멤버들을 확보했다. 하지만 문제는 뎁스였다. 8연승을 달리던 전반기를 뒤로하고 후반기로 갈수록 힘이 떨어졌다. 하지만 안치홍에 더해 김강민까지 합류하면서 뎁스가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한화는 여기에서 전력보강을 멈출 생각이 없다. 일단, FA 장민재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고,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위해(재계약도 당연히 염두에두고 있다) 부던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설령 더이상 선수엽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화는 상당한 수준의 전력 보강을 이뤘다. 내야가 워낙 풍성한 한화이기에 오선진이 나간 것은 전혀 출혈이 되지 못한다.
한화 이글스의 겨울이 그 어느 팀보다 풍성하다. 적어도 현재까지 스토브리그 최고의 승자는 단연 한화이글스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