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특례·청년드림·보금자리론" 2년간 부동산 정책금융 최소 70兆, 부채축소 '난항'

      2023.11.27 15:33   수정 : 2023.11.27 15: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신생아특례대출 27조원을 포함해 향후 2년간 최소 7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상품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돼 부채축소에 경고음이 켜졌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비율을 국내총생산(GDP) 100% 이하로 하향 안정화하겠다는 '단일한 목표'를 분명히 한 가운데 실수요자를 위한 민생 정책 차원에서 국토교통부발(發) 새로운 정책모기지 상품이 나오면서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부처에서는 "늘어나는 부채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부처간 협의를 거친 사안이라고 밝혔다.



■DSR 미적용 70조원대 정책모기지 풀린다
27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예정된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및 산하기관 정책모기지 공급 규모는 △신생아특례대출 약 27조원(국토부) △청년주택드림 대출 20조~30조원(국토부) △보금자리론·적격대출 약 20조원(주택금융공사) 등 67조~77조원으로 추산된다.

국토부가 주도하는 정책금융 공급 규모가 큰 폭 늘어난 게 특징이다.
국토부는 지난 24일 국민의힘과의 당정협의 후 청년 주거지원 강화를 위해 만 19~34세 청년 대상 '주택드림청약통장'을 신설하고 통장에 1년 이상 가입한 무주택자에게 최저 연 2.2% 금리로 분양가 80%까지 대출을 내주는 '청년주택드림대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연간 10만명이 평균 2억~3억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2025년 이후 대출금액을 연 20조~30조원으로 예상했다.

약 27조원 규모 신생아특례대출도 새로 만들어진다. 국토부는 내년 주택구입자금 대출소요 34조9000억원 중 26조6000억원이 신생아특례대출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최대 5억원을 연 1.6~3.3% 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시중은행을 통해 공급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은 내년 20조원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정책모기지로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을 통합해 내년 1월까지 한시 운영되는 상품이다. 지난 9월 당초 공급예정 금액인 39조6000억원을 넘어서자 일반형은 접수를 중단했다. 복수의 금융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시 운영 상품인 만큼 내년에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 기존상품 두 개로 분리하고 평년 수준인 20조원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계부채비율 하향 안정화에 차질 빚나.."컨트롤타워 필요"
문제는 정책모기지 공급이 늘어 가계부채 관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 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신생아특례대출과 청년주택드림대출은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DSR 미적용 정책모기지 규모만 놓고 보면 올해 40조원(특례보금자리론)에서 내년 47조원으로 7조원 가량 순증하는 것이다. 정책모기지 특성상 출시 초반 신청이 몰리는 데다, 내년 하반기 금리인하 시작과 맞물려 부동산 관련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대출규제를 빗겨간 정책모기지 공급 확대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10월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디딤돌, 버팀목 전세대출 등 정책성 대출 위주로 5조8000억원 증가했다. 은행 정책모기지는 △6월 2조5000억원 △7월 2조4000억원 △8월 2조7000억원 △9월 2조1000억원 늘어 매달 증가했다.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접수를 중단한 첫 달인 10월에는 1조4000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8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에 정책금융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한도 잔액과 신청분 중 미실행액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수개월간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에서는 "국토부와 금융위가 협의를 거친 사안"이라며 '민생 대책'이라고 언급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청년주택드림대출과 관련 "정부부처간 기본적인 협의를 했다"며 "늘어나는 부채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금융당국도 다 공유하고 있고, 사전 협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급기간과 규모를 감안하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규모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가계대출 총량 측면에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총량은 관리하면서 청년과 취약계층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취약계층·실수요자 주거안정과 가계부채 관리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부처 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매달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상황에서 대출을 추가 공급하는 정책이 나와서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기재부나 국무조정실 주관 회의나 경제부처장관회의를 통해 가계부채를 줄이면서도 원하는 정책효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이창훈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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