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비명 탈당, 민주당은 이유를 되새겨보라
2024.01.11 18:08
수정 : 2024.01.11 18:08기사원문
하루 앞서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의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도 민주당을 탈당했다.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12일 창당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연말엔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힘으로 적을 옮겼다. 잇단 탈당에 민주당 의원들의 반격도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 129명이 이날 탈당 규탄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차라리 정계 은퇴를 하라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 분열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결과에 불복하는 이들의 추가 탈당도 충분히 예상되는 바다. 떠난 이들이 남긴 말들에 지금 민주당의 적나라한 현실이 담겨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받고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원칙과 상식' 3인이 밝힌 탈당의 변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방탄 정당, 패권 정당, 팬덤 정당에서 벗어나고자 호소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이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근본적인 이유는 양심"이라고 했다. 이상민 의원도 탈당하며 사무친 말을 남겼다. 그는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에 희망과 꿈을 접지 않을 수 없다"고 했었다. 특히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나아지긴커녕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한 행태가 만연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민주당은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극렬 지지층에 갇힌 이재명 대표 체제는 한계가 이미 명확하다. 많은 이들이 입이 닳도록 제기한 대로, 당내 민주주의는 찾아볼 수가 없다. 민주라는 당 간판이 무색할 지경이다. 비명계 인사에 대한 강성 당원들의 행패는 눈감고, 친명계 인사의 반칙과 범법은 모른 척한다. 국민들 모두가 지켜보는데도 아무렇지 않다.
이재명 사당화 우려는 최근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 발언 대처 과정에서 다시 확인됐다. 이 대표는 최측근 의원과 문자로 구체적 징계 수위를 거론하며 당의 시스템을 무력화했다. 정상적인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니 연쇄탈당 사태에 이른 것 아니겠나.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특권 없는 정치, 성역 없는 법치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야당의 건강한 정치경쟁이 시작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