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난개발 차단 후속조치 빈틈없게

      2024.02.21 18:34   수정 : 2024.02.21 18:34기사원문
정부가 수도권 이외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대거 해제키로 했다. 21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환경평가 1·2등급지 해제 등을 포함한 그린벨트 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비수도권 토지규제를 풀어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촉진하고, 지방소멸에 대응하겠다는 게 정부가 밝힌 이유다.

이 정도 대규모의 그린벨트 완화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7개 중소도시권 그린벨트 전면 해제 후 20여년 만이다. 이번 규제 해제지역은 울산·광주·대구 등 총 6개 권역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837배에 이른다. 대책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전략사업을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규제에서 제외해 개발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비수도권에 한해 지난해 7월부터 지자체장에게 최대 100만㎡ 미만의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넘겨줬는데 이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동일한 대체부지 지정조건을 두긴 했으나 보전가치가 높아 환경평가 1·2등급지로 묶어놓은 땅도 국가·지역전략사업 부지로 활용하도록 하는 파격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도시화를 막고 녹지공간을 보존하는 목적으로 개발을 제한한 구역이다. 1971년 박정희 정부 때 만든 제도인데, 당시엔 군사·정치적 목적도 있었다. 지난 50여년간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급속한 인구유입과 도시화로 서울·수도권에 있던 공장들은 이미 수도권 밖으로 밀려났다. 농지는 아파트단지로 바뀌었다. 지방의 주요 국가산업단지는 포화 상태다. 기업들이 지역 산단이나 자체 생산단지에 있는 거점공장과 인접한 곳에 공장을 확장하고 싶어도 부지가 없는 게 현실이다. 애초 유휴부지가 없으면 기업은 멀리 떨어진 산단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 공장이 흩어져 있으면 물류비 등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설령 산업단지를 확장할 부지가 있어도 환경 문제로 지역민과의 갈등이 다반사다. 이러니 일부 기업은 생산기지를 차라리 동남아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찾게 된다. 산업화 초기의 잣대로 묶여 있는 토지가 국가자원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태양광발전 설비가 전국 수십만㎡의 그린벨트에 무분별하게 설치됐다. 경관을 훼손하고 주민분쟁을 일으킨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3월 교통·물류·용수·전력 등 인프라 구축이 용이한 거점도시 인근에 반도체·미래차 등 15개의 첨단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는데 그린벨트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토지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국부를 늘린다. 이런 점에서 그린벨트를 무조건 묶어둘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그 취지에 십분 동의한다. 하지만 그린벨트는 현세대가 필요하다고 모두 풀어서는 안 된다. 그린벨트의 사회적·환경적 가치 때문이다. 원상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선별적 규제 해소는 물론 난개발을 차단할 후속 조치와 약속한 첨단산업단지 조성 이행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린벨트 토지의 70%가 사유지다. 해제지역을 중심으로 땅값이 급등하고 주변까지 들썩일 것이다. 기획부동산 투기와 불법행위를 차단할 관리감독, 처벌에 관한 보완조치가 요구된다.
이번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가 총선 직전에 지역 숙원해소용 선심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막대한 매각·개발이익이 수반되는 토지개발사업 특성상 부동산업자와 지방권력의 불법유착 비위가 없는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치적 쌓기용 난개발에는 지자체장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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