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상단 30%도 뚫렸다...IPO 수요예측 버블 극심
2024.03.05 16:34
수정 : 2024.03.05 16: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기업공개(IPO) 시장이 과열되면서 기관 투자자의 수요예측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확정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30% 넘게 초과하는 사례도 나왔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상헬스케어는 지난달 21~27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희망 밴드(1만3000~1만5000원) 상단을 33.3% 초과한 2만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2007년 이후 공모가 상단을 (비울 기준으로) 제일 높게 초과한 수치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 2007곳 가운데 98.4%(1975곳)가 밴드 최상단(1만5000원)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공모가격 2만원 이상 가격을 써낸 기관도 85.5%(1716곳)에 달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확정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을 초과해도 최대 20% 내에서 정하는 이른바 ‘20%룰’을 불문율로 여겨왔다.
하지만 공모주 열풍에 물량을 한 주라도 더 배정받으려 가격을 높게 부르는 기관 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공모가 버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상헬스케어를 제외하고, 올해 상장한 5개 기업의 확정 공모가도 희망가 상단을 20% 이상 뛰어넘었다. 지난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에이피알의 확정 공모가도 희망 밴드 상단(20만원)을 25% 초과한 25만원이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1969곳 중 36.8%(724곳)는 25만원보다 높은 가격에 주문을 넣었다.
같은 달 상장한 이닉스도 희망가 상단(1만1000원)을 27.3% 웃도는 1만4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6월 IPO 제도 개편 이후 수요예측 첫날 ‘초일가점’을 노리고 높은 가격에 주문을 내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초일가점은 수요예측 첫날 주문을 낸 기관에 대해 공모주 물량 배점 가점을 주는 제도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처음 주문을 낸 가격을 정정할 경우 초일가점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에 수요예측 첫날에 상단보다 높은 가격을 ‘지르고’, 이후엔 정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최상단 대비 20% 높은 가격을 써내는데 다른 기관에서 그보다 높은 가격을 썼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물량 배정을 받지 못할까봐 주문가격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공모주 상품이 다양화된다든지, 자금 흐름의 선순환이 없다면 지금 같은 과열은 계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공모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정작 상장 이후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케이웨더의 공모가는 희망가 상단(5800원)의 20.7%를 초과한 7000원에 확정했다. 상장 첫날 장중 2만30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상승분을 반납하고 1만85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지난 1월에 상장한 HB인베스트먼트도 희망가 상단(2800원) 대비 21.4% 높은 3400원에 공모가를 결정했는데 상장일 235% 급등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공모가보다 낮은 3145원에 머물고 있다.
기관 대부분이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넣는 대신,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 조건은 내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면 즉시 팔아치우는 식이다.
케이웨더에는 96.6%, HB인베스트먼트는 94.2%의 기관투자자가 락업을 걸지 않았고, 상장 후 사실상 공모주 ‘단타’에 나섰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