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못살겠다" 연쇄성범죄자 박병화 집 앞 가보니
2024.05.28 05:25
수정 : 2024.05.28 06: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원(경기도)=한승곤 기자]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무서워서 밖에 못 나가요.", "범죄자랑 같이 살 줄 누가 알았나요"
연쇄성범죄자 박병화가 최근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에 있는 S 타워로 전입하면서,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해당 지역을 범죄 예방강화 구역으로 지정하고 순찰차 1대와 기동대 경력을 고정 배치했다. S 타워 출입구 바로 앞에는 방범 초소가 들어섰고, 건물 내외부에는 폐쇄회로(CC)TV가 추가로 설치됐다.
박병화는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수원시 일대에서 여성 10여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2022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후 화성시 봉담읍 수기리 한 원룸에 거주해 오다 지난 14일 인계동 S 타워로 이사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한 수원 지역사회는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병화에 대한 퇴거 요청이 빗발치는 가운데 지난 26일 기자가 직접 박병화가 거주하는 S 타워 한 층의 복도를 다녀보니, 입주민은 물론 인근 주민들은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관리실, 주민들에 따르면 박병화의 외출 제한 시간은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문을 벌컥 열고 나와, 복도에서 입주민과 마주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연쇄성범죄자와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는 상황 그 자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박병화 당장 나가라" 이웃주민들 '분통'…여성들 알바 관두기도
S 타워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입을 모아 박병화 퇴거에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40대 회사원 최 모 씨는 "경찰이 순찰을 하지만, 언제 박병화를 마주칠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입주민 전체가 지금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S 타워 인근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건물 위치가 인계동에서 최적의 장소에 있다. 주변에 모든 상권이 있다. 이런 곳에 왜 성범죄가 살아야 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S 타워 주변은 수원시청, 대형마트, 편의점, 노래방, 호프집, 유흥주점, 올림픽공원 등 각종 편의 시설이 몰린 일명 '노른자 상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연쇄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차고 배회한다면 인근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인근 공인중개소 등에 따르면 S 타워는 지상 20층, 지하 6층 빌딩이다. 251세대가 살고 있다. 주차대수만 228대가 가능하다. 승강기 수는 총 4대 (일반 3대, 비상용 1대)다. 수많은 입주민이 박병화 1명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 셈이다.
또 인계동 일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들의 경우, 아예 일을 그만두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은 "인계동 편의점, PC방 등 20대 여성들이 알바를 그만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성범죄자 1명으로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지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에 따르면 박병화가 전입한 날로부터, 이사 문의가 지속해서 들어온다고 한다. 공인중개사 박 모씨는 "S 타워는 1인 가구 여성도 많다"면서 "이렇다 보니 무서워서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상담이 계속 들어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복도에서 박병화를 만나기라도 하면 얼마나 무섭겠나"라고 지적했다.
입주민들 '한국형 제시카법' 조속한 제정 촉구
현재 입주민들은 박병화가 S 타워 공동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해당 조사 결과를 근거로 S 타워 소유자를 소집하는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주민들은 지난 24일 S 타워 인근에서 박병화 퇴거를 촉구하는 민·관 합동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수원시지회와 가정폭력상담소, 가톨릭여성의집, 통장협의회, 주민자치회 등 시설·단체 관계자 총 70여 명이 참석했다.
최성호 인계동 주민대표는 “중학생 딸을 가진 입장에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집회에 나섰다"고 단체 활동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연쇄 성범죄자가 인계동 번화가에 거주하는 만큼 주민들은 높아지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며 “박병화를 수원시민, 인계동 주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주민들은 박병화 퇴거와 더불어 ‘한국형 제시카법’의 빠른 제정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가 정해진 시설에서만 거주하도록 강제하는 등의 내용의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 예고했다. 다만 거주이전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