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석유 과도한 기대도 무조건 반대도 금물
2024.06.07 14:54
수정 : 2024.06.08 01: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경북 영일만 앞바다 석유·가스전 개발 문제가 정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야당이 연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뜬금없는 산유국론, 잘 챙겨봐야겠다”며 “십중팔구(성공 확률 최대 20%) 실패할 사안”이라고 썼다.
영일만 석유 탐사 성공 확률을 20%로 제시한 미국의 지질탐사 컨설팅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방한해 설명했지만, 야당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아브레우 고문은 "우리가 분석한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모든 제반 요소를 갖췄다"고 말했다.
확률 20%에 대해 아브레우 고문은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의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5년 사이 발견된 유정 중 가장 매장량이 큰 가이아나 리자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16%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영일만 석유 매장 가능성을 발표했을 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며 차분하게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사업이라도 실패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영일만 석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20%면 실패 확률이 80%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를 주장하는 것은 기회를 발로 차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사실을 확대하고 과장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야당이 지지율이 떨어진 윤석열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석유 개발을 들고나왔다고 비판하는 것도 정치적 공세로 읽힌다. 액트지오의 설명을 들어보면 신빙성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비록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일단 시추를 해 보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 20%의 확률보다 낮은 석유개발 사업도 성공한 적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민주당도 덮어놓고 반대만 하는 것은 정부가 하는 일에 재를 뿌리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다만 기왕에 의혹이 제기된 마당에 정부는 사업 추진에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시추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시추 전문 기업은 거의 외국 기업이라 실패하면 비용만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 액트지오보다는 규모가 크고 신뢰도가 높은 다른 컨설팅 기업들의 자문을 받아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밝힌 대로 몇 년 치 이상의 석유를 확보할 수 있다면 국가적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야당도 당연히 기뻐해야 한다. 처음부터 윤석열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 해서 대놓고 고춧가루 뿌리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정쟁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일단은 정부의 후속 조치를 기다려봐야 한다. 호주 컨설팅업체가 영일만 석유개발에 가능성이 없다며 철수했다는데, 정부는 그 배경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야당의 문제 제기가 이유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만 하기보다는 여야가 함께 이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공동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방적으로 반대하거나 밀어붙이는 것 둘 다 온당치 않다. 성공 확률과 경제성을 한번 더 따져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