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가 된 유해 콘텐츠 규제 법제화 서둘러야

      2024.07.16 18:18   수정 : 2024.07.16 18:18기사원문
유명 유튜버 '쯔양' 협박사건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타인의 상처를 이용하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wrecker·견인차)의 불법적 행태에 대한 공분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유튜브의 악성 콘텐츠 유포는 중대범죄다.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유튜브 측도 구제역·카라큘라·전국진 등의 채널을 정지시키고 수익을 낼 수 없도록 조치했다.
쯔양 사태가 이렇게 불거지지 않았으면 유튜브 측이 자율규제 조치를 즉각 시행했을지는 의문이다.

쯔양 사건은 우리 사회 문제의 종합판 같다. 1000만 구독자가 있는 유명 유튜버의 사적 약점을 잡아 협박 폭로로 금품을 수수한 것에 남녀 간 교제폭력과 금품 갈취, 불법촬영 동영상 유포 협박 등 추악한 이면이 숨어 있었다. 유튜브를 소비하는 대중들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사이버레커의 비윤리적 행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규제는 허술했고,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공권력 사각지대 속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자극적인 폭로로 돈을 버는 유튜버와 채널이 부지기수다.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사적 제재'는 추악한 명분일 뿐이다. 결국 돈벌이 목적이고 엄연한 불법행위다. 처벌이 약하다 보니 온라인에서 법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것이다.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 선동하는 행동의 부작용은 상당하다. 유튜브 주요 소비층인 청소년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흡수해 모방한 사건도 넘쳐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더 많이 활용되면 사이버레커의 탈법 행태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유튜브 세상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우리의 공권력이 왜 지금껏 눈감고 있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쯔양 사건이 일회성 이슈로 흘러가선 안 된다. 정부와 플랫폼기업, 대중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비인륜적 불법 콘텐츠를 소비하고 동조·참여하는 행위는 선량한 한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는 사회적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플랫폼사업자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 골드·실버버튼과 조회수를 우선하는 유튜브의 정책과 자율규제 환경이 사이버레커의 불법행위를 미필적으로 방조한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은 타당하다. 이들 플랫폼의 모니터링이 부실했고,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플랫폼사업자는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프로그램 고도화 등 국내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유해콘텐츠 제작 유포자에 대한 수익 차단 등 규제 수위를 높이고, 콘텐츠 제작자의 지속적인 윤리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 당국은 법·제도적 규정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처벌조항이 매우 취약하다. 유튜브는 방송법의 저촉도 받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온라인 불법콘텐츠 즉각적 삭제 의무를 강제하는 디지털서비스법, 미국·영국이 도입한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온라인안전법과 같은 입법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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