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무늬 그려 프리미엄 '가짜 돌' 만들죠"...롯데케미칼 건자재 공장 가보니

      2024.10.09 16:22   수정 : 2024.10.09 17: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수=홍요은 기자】지난 7일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공장. 74만495㎡(22만4000평) 부지 가운데 위치한 인조대리석 공장에서는 사포가 빠르게 움직이며 울퉁불퉁한 제품 겉면을 갈고 있었다. '쉬익' 뿜어진 바람으로 가루를 털고, 물로 광을 내자 매끄러운 자태의 인조대리석이 반짝거렸다. 김대중 롯데케미칼 첨단소재공장 공장장은 "인조대리석 불량률이 0.1%로 거의 없고 가동률은 100%"라며 "까다로운 테크닉이 필요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인정받고 있다"고 자부했다.



30년 역사 건자재 사업...'고부가 먹거리'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기업 중 유일하게 건축 인테리어 자재를 생산한다. 건자재는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숨은 강자' 사업부다.
중국이 장악한 범용제품 시장과는 달리 재질, 전도도, 세련된 디자인 등 기술 장벽이 있어서다.

건자재 공장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0년간 영위해 온 건자재 사업은 지난 1993년 인조대리석 사업으로 시작됐다. 이후 2009년 이스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국내 및 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해왔다.


이곳 첨단소재 공장에서 생산되는 건자재는 인조대리석과 엔지니어링스톤(이스톤) 두 종류다. 모두 천연석을 정교하게 모사해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원료에서 차이가 난다. 인조대리석은 아크릴계(MMA) 수지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상대적으로 물러 열 성형이 쉽고, 곡면 가공이 유리하다. 이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 시청, 워커힐 호텔 등 한국의 대표적인 디자인 건축물에 사용됐다. 한편 '이스톤'은 석영 광석을 90% 이상 포함시켜 자연감을 살린 고급 제품으로, 바닥재나 주방가구 상판으로 쓰일 정도로 긁힘에 강하다.

건자재 생산에서 핵심적이고 어려운 공정은 디자인이다. 신영석 건자재 이스톤 담당 리더는 "미적 요소가 주요한 경쟁력이 되기에 디자인을 발현하는 공정이 핵심"이라며 "자연스러운 물결 패턴 선호 추세에 따라, 이를 반영한 인조대리석 신제품 '프리미에르' 라인업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발걸음을 옮겨 이스톤 공장에 들어서자, 무늬를 구현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회색 안료와 석영 알갱이, 불포화 폴리에스테르(UP)수지가 섞인 혼합물이 판재 위에 고슬고슬하게 깔린 후 노즐이 미리 설정된 위치에 안료를 뿌려 색깔을 입혔다. 이후 프레스기를 통해 단단하게 압착한 후 100도로 한시간 가량 굽고, 냉각수로 식히면 단단한 사각형태의 제품이 탄생한다.


"이스톤 '글로벌 톱1' 도약"...연산 100만매 확대
향후 목표는 건자재 생산 능력을 확장을 통해 이스톤 '글로벌 넘버원'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문정원 건자재생산지원팀 팀장은 "인조대리석, 이스톤 각각 연산 100만매까지 높이겠다"며 "기존 B2B사업을 넘어 B2C리테일 시장 진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롯데케미칼의 건자재 생산규모는 글로벌 순위권이다. 인조대리석 브랜드 '스타론'의 생산 능력은 글로벌 3위,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를 차지하고 있다. 3차례 증설을 통해 연산 97만매의 수준을 갖췄다.

이스톤도 글로벌 4위, 연산 44만매 수준이다. 여수 공장에서 연 9만매가 생산되며, 지난 2019년 튀르키에 이스톤 업체인 '벨렌코'를 인수한 후 추가 투자를 통해 연산 35매를 더 확보한 바 있다. 이스톤 브랜드 '래디언스'는 국내 B2B시장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다.

무엇보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공장에서 생산한 원료를 받아쓸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공급망'을 갖췄다.
인조 대리석을 사용하는데 쓰이는 주 원재료인 MMA는 기초소재 공장과 롯데MCC에서 조달받는다.

완성된 제품은 최종적으로 품질 검사를 거친다.
신 리더는 "인조대리석은 인공지능(AI) 카메라를 활용해 스크래치 등을 잡아낼 수 있지만, 이스톤은 더 미세한 검사를 위해 육안으로 불량품 검수를 진행한다"며 "표면에 공극이 없어야 제대로 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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