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얼굴 볼 일이 없다"..어르신들 열공하게 만든 '정체는'
2024.11.03 16:31
수정 : 2024.11.03 16: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3일 오후 1시 서울 강남의 한 에그드랍 매장. 가게 밖에 위치한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마친 일행 3명이 점원과 말을 섞지 않고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또 다른 손님이 'e식권'을 사용해 음료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e식권은 제휴를 맺은 기업과 식당 간 사용 가능한 일종의 '온라인 외상 장부'다.
푸드테크는 이제 식생활과 일상에서 큰 영향을 차지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주문하고, 선불 충전금을 통해 결제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치킨 매장에서는 기계가 정해진 온도와 시간에 맞춰 치킨을 튀기고, 무인 커피전문점에서는 직원이 없어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식당에서는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고, 서빙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 준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푸드테크는 매장의 수익과 직결되는 피할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푸드테크, 이제는 일상
푸드테크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당시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2200억 달러 규모였다.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푸드테크 시장은 2021년 2700억 달러, 2022년에는 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비대면 주문과 배달 플랫폼 시장의 성장이 가팔랐다. 2022년 기준 배달 관련 시장 규모는 15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또 키오스크, 태블릿 등 비대면 주문과 서빙 로봇도 이 시기를 전후로 급성장했다. 실제로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 10평 이하 소규모 카페, 식당에서도 키오스크 주문이 일상화 됐다. 국내 키오스크는 2021년 21만대에서 2023년 53만여대로 1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 주방에서도 푸드테크 도입은 빠르게 확산중이다. 롯데리아는 지난달 서울대입구역점에 자동 튀김 로봇인 '보글봇'을 활용해 감자 튀김 등을 제조하고 있다. 작업자의 동선을 줄여 조리 과정을 단축하고 기름이 튀는 부상 등도 예방할 수 있다. 롯데리아는 향후 신김포공항점, 잠실롯데월드몰B1점까지 연내 보글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패티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도 내년 1월 도입할 예정이다. bhc도 LG전자와 공동 개발한 튀김 요리용 로봇 '튀봇'을, 교촌치킨도 로봇 제조 기업과 함께 개발한 '프랑잉 템플릿'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일자리·디지털 접근성 문제, 정부는 '뒷전'
대형 외식기업들이 키오스크, 조리 로봇 등을 속속 도입하는 것은 인건비 절감과 효율적인 매장 운영 때문이다. 간단한 서빙 로봇의 경우 월 50만~100만원, 고급 자동 주문 로봇은 150만~200만원 가량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드테크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서울 소재 음식점 60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키오스크 도입후 판매·서빙 근로자가 평균 0.21명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 기기를 도입한 이유로는 키오스크와 태블릿, 로봇 모두 '인건비 절감'이라는 응답이 55∼76%로 가장 많았다.
키오스크 등 푸드테크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장애인 등에 대한 접근성도 산업활성화를 가로 막고 있다. 모든 국민이 키오스크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 사업인 '키오스크 UI 플랫폼 구축·운영' 사업 예산은 2023년 33억5000만원에서 2024년 8억7100만원으로 줄었다. 내년에는 6억1600만원으로 더 삭감됐다.
정부의 외면 속에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이 한창이다. 한국맥도날드는 국내 평생교육원 등과 디지털 소외계층 해소를 위한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키오스크 교육자료를 자체 개발해 이론 및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시각장애인 고객을 위한 키오스크 음성 안내 기능을 아시아지역 맥도날드 최초로 도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공공시설 등에서도 운영해 디지털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며 "일자리 문제도 로봇과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