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달픈 우리들의 예술가… 자화상 등 원화로 만나다
2024.12.06 04:00
수정 : 2024.12.06 04:00기사원문
삶의 고통과 아픔을 견디며 수없이 본인 작품에 이를 덧칠했던 '불멸의 화가' 반 고흐의 진품 명화전이 12년 만에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그의 삶과 예술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이번 진품 명화전은 10년 동안 반 고흐의 삶을 통해 남긴 불후의 명작들을 한자리에 모은 국내 세 번째 회고전으로, 내년 3월 16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 작품은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소장품 70여 점으로, 국내 미술 전시 사상 최고가 작품으로 구성됐다.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암스테르담의 반고흐미술관과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반 고흐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 다수의 작품을 해외로 반출하는 역사적 협업을 하게 됐다.
전시는 연대기적으로 구성됐다. 반 고흐 작품의 탄생과 변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5개의 연대기적 테마로 이뤄졌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8개월간 수련을 통해 기본적인 수업을 마치고 첫 유화 작품을 완성한 네덜란드 시기(1881~1885)는 그의 초반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 시기에 그린 '밀짚모자가 있는 정물화'는 반 고흐의 수련 과정에서의 성과를 보여준다. 1883년 뉘넨으로 이주한 반 고흐는 자연과 가난한 농민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제작했고, 대표작 '감자 먹는 사람들'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한 걸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들을 통해 반 고흐의 인류애와 인간의 진실된 모습을 담으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다.
파리 시기(1886~1888)는 1886년 3월 파리로 이주한 반 고흐가 2년간 동생 테오와 함께 살며 자신의 화풍을 정립하는 결정적인 시기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파리에서 그는 인상파와 신인상파의 영향을 받으며 화풍을 변화시켰고, 다양한 동료 화가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기법을 실험했다. 반 고흐가 남긴 30여 점의 자화상 중 25점이 파리에서 제작된 작품들이다. 이 시기에 그린 걸작 '자화상'은 반 고흐의 강렬한 인상을 담아냈다. '석고상이 있는 정물화'도 일본 판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간결한 선과 색채 배색을 보여준다.
아를 시기(1888~1889)에는 독특한 색채를 발견했다. 1888년 2월, 반 고흐는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 아를에 도착해 가장 격정적이고 창조적인 시기를 보냈다. 여기서 뜨거운 태양 아래 강렬한 색채를 통해 인물화와 풍경화를 제작하며 화풍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씨 뿌리는 사람'을 통해 색채 표현의 절정을 보여준다. 고갱과 함께 생활하며 겪은 비극적인 사건은 그의 예술 세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그 후 작품 속에 드러나는 그의 내면적 고뇌와 불안감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이 비극적인 관계가 그의 예술에 미친 영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생레미 시기(1889~1890)는 위대한 자연의 발견인 동시에 색채 회화의 완성의 시기다. 반 고흐는 깊은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창작을 이어갔다. 그중 '착한 사마리아인'은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모방해 완성한 것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배색 실험을 넘어, 반 고흐가 구원과 영혼의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그의 종교적 염원과 내면의 고통을 반영한 이 작품은 생레미 시기 작품들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마지막 전시 파트인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는 1890년 5월, 반 고흐가 오베르에 도착해 70일 동안 그린 유화 작품들을 소개한다. 오베르에 도착한 지 3일 만에 그린 '꽃이 핀 밤나무'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남프랑스에서의 밝은 노랑과 빨강에서 차가운 녹색과 파란색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독특한 필치로 풍경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가셰 박사의 초상(파이프를 든 남자)' 드로잉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HMG 관계자는 "반 고흐의 격정적 삶과 예술을 진품 명화를 통해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반 고흐를 사랑하는 대중과 국내 전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10년이라는 짧은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며 37세에 생을 마감한 반 고흐는 불운한 천재 화가의 상징이며, 작품 속에 인류애를 고스란히 담아낸 너무도 인간적인 예술가였다"고 평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