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아이디어로 기존의 권위와 관습을 타파하는 백남준 특유의 예술관을 잘 드러난 공연이었다는 평가다. 한가지더 눈에 띄는 점은 공연에서 백남준씨가 넥타이를 가위로 자른 부분이다. 그만큼 넥타이가 서양에서는 남성 권위의 대표적 상징물로 통했다는 점이다.
남성의 옷차림에서 가장 자유로운 동시에 까다로운 부분이 바로 넥타이다. 꼭 졸라매면 주요 경정맥(頸靜脈)을 압박하여 안압을 크게 상승시킨다는 의학적 경고를 받기도 했던 이 지극히 비실용적인 아이템은 조직, 규율, 충성, 격식, 예의범절, 성인 남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종교에 귀의한 신부가 입는 옷은 넥타이를 맬 자리를 없앰으로써 속세에 대한 경멸을 내포한다고도 한다.
넥타이(Necktie)는 목둘레, 칼라 둘레에 매는 밴드형의 옷감을 총칭하는 말이다. 고대 로마의 웅변가들이 성대를 보호하기 위해 목에 감았던 ‘포칼(Focal)’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B.C. 221년 진시황 시대에 이미 넥타이의 시초가 사용되었다는 설도 있다.
또한 아주 오래전부터 노동자와 농부들은 땀을 빨아들이고 햇빛을 가리기 위해 실용적인 목적으로 목에다 천이나 넝마조각을 두르고 다니기도 했다. 장식적인 용도의 넥타이는 1656년 크로아티아의 병사들이 전투에서 승리한 후 루이 14세에게 충성을 맹세하기 위해 앞가슴에 단 ‘크라바트(Cravate)’라는 장방형의 천을 보고 귀족들이 이것을 흉내내면서부터라고 한다. 그 후 영국으로 건너간 크라바트는 넥타이로 불리며 한 디자이너가 매는 법을 창안하여 현대의 다양한 넥타이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는데, 플레인 노트(Plain knot), 윈저 노트(Windsor knot), 크로스 노트(Cross knot) 등 묶는 방법만 해도 10여 가지에 달한다.
엘리트의 상징, 또 어떤 때에는 군인의 용기의 상징으로서 남성의 목둘레를 장식해 온 넥타이는 형태나 묶는 방법이 시대와 함께 변해오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넥타이가 소속과 의무감을 강요하는 구속과 억압의 상징으로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술집에서 넥타이를 풀어 머리에 질끈 두르고 노래를 불러대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갈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삼성패션연구소 신정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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