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는 지방대학이 아니라 지역대학입니다. 천년고도이자 예향(藝鄕)인 전주에 자리잡은 대학이라는 특성을 잘 살린 글로컬(Global+Local) 대학으로 머지않아 세계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학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지난 2003년 전주대 제9대 총장으로 취임한 뒤 눈부신 대학 발전을 이룸으로써 2006년 연임에 성공한 이남식 총장(54)은 전주대는 서울의 변방에 머무는 대학이 아니라 전주를 지키는 파수꾼의 소임을 다하는 지역 대학이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그는 전주 한지문화 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아 한지산업을 전주의 대표적인 한(韓)스타일 브랜드로 키워냈는가 하면 음식의 고장인 전주의 특성을 살린 음식학과를 최고 학과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전주는 옛날부터 국내 한지의 70∼80%를 생산했을 만큼 한지로 유명하다. 이 고장은 한지를 기반으로 출판산업, 한지원료산업, 한지제조산업, 그리고 한지 유통의 중심지였으나 1970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쇠퇴의 길을 걸어 명맥만을 유지하게 됐다. 한지의 저변을 확대하고 수요를 넓히기 위해 이 총장은 한지 축제를 기획했다. 2008년도에 11만4000명에 불과하던 관람객이 2009년에는 28만명을 넘어서 전년 대비 약 2.5배 이상 늘어났고 지역경제 생산 파급 효과만도 약 88억원에 달했다. 더 고무적인 일은 이 기간에 외국인 관람객 7000여명이 축제 현장을 찾아 한지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 총장은 “닥나무를 원료로 한 1500년 전통의 한지가 우수하다고 우리 스스로는 자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우수성은 막연한 자부심이 아닌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자부심이 돼야 합니다. 전주대는 한지를 비롯해 전통음식학과, 대체의학대학, 문화산업대학을 통해 전주 지역이 필요로 하는 학문 연구를 하고 지역에 기여하는 인재를 길러 배출합니다”고 말한다.
서울대를 나와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을 지내기도 한 이 총장은 지난 2003년 취임하자마자 UI시스템을 개편했다. ‘See, Feel&Change’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전주대의 변화를 주도했다. “대학 구성원들은 자신이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은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보고, 느끼고, 변화하자’라는 뜻으로 구호부터 정했는데 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대학의 모습은 많이 변했고 교직원과 학생들의 변화된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면서도 ‘섬김의 리더십’으로 조직원들과 크게 부딪히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냈다. 이 총장은 “섬김의 리더십은 성경에서 예수님이 모범을 보이신 리더십입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자기의 주어진 위치에서 하나님을 섬기고 상대를 섬기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직위나 신분의 높낮이로 어떤 순서를 정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든 만나는 사람을 섬기는 정신이 필요합니다”고 강조한다.
전주대는 학문과 교육의 실용화에 교육의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인 양성을 위한 실용교육,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교육,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어학과 문화교육이 교육의 목표다. 이에 따라 전주대는 다른 대학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바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건실한 전문인을 육성하기 위한 특성화 진로교육 프로그램인 ‘스타 T 프로그램(Superstar Training Program)’이다.
“‘스타 T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도전정신(challenge), 능력개발(competence), 공동체의식(community)을 함양하기 위해 교내외 활동의 참여 정도와 성과에 따라 인증포인트(certification point)와 장학포인트(scholarship point)를 부여하고 개인별 합산 점수에 따라 인증서 수여, 국내외 연수 기회 부여,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특전을 부여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자기주도적이며 체계적인 커리어개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전주대의 스타 프로그램은 또 있다. ‘스타 넷 프로젝트(Star Net Project)’와 ‘스타 트랙 프로그램(Star Track Program)’이 그것으로 ‘스타 T 프로그램’과 함께 골든 트라이앵글을 구축하고 있다. ‘스타 넷 프로젝트’는 전공별로 기업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전공과 산업체 임원으로 구성된 산학협력위원회를 조직해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실무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스타 트랙 프로그램’은 각종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학습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그램으로 공무원시험준비트랙, 교원임용고사준비트랙, 실무형교육트랙, 기초학습능력향상트랙 등이 있다.
이 총장은 “전주대의 학생중심형·실무중심형 교육프로그램의 진가는 전국 1, 2위를 다투는 취업률에서도 드러납니다. 스타 트랙 프로그램을 비롯해 자격증 취득 지원, 인턴제, 현장실습, 취업박람회 등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률을 높이고 있는데 2008년에는 84.7%의 취업률로 전국 2위를 차지했습니다”고 말한다.
실제 전주대는 600개 기업과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벤처창업관과 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문화관광대를 졸업한 호텔경영전공 졸업생의 경우 한 해 10명 정도가 해외 호텔에 취업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실무중심형 교육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 총장은 새만금사업이 완성되면 전주대를 환황해권 거점대학으로 육성할 포부를 갖고 있다. 이에 발맞춰 그는 ‘슈퍼(SUPER)’라는 핵심전략을 세워놓고 세부적인 실천계획까지 수립해 놓았다. “전주대의 비전에 대한 핵심전략은 Spirituality(영성강화), Usefulness(사회공헌의 극대화), Peculiarity(차별화된 특성화), Education(지속적 교육혁신), Resources(충분한 자원확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교육혁신을 통해 2012년까지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를 100%로 끌어올리고 국제화는 환황해권을 주도할 거점대학으로 만들며 특성화는 지역과 시대를 주도할 차별적 특성화 대학으로 만들 것입니다.”
‘전주대 장기발전 2020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20위권 대학에 진입하고 이른 시간 안에 적어도 3∼4개의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적인 지역대학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앞서 전주대는 국내 대학 처음으로 지역혁신지원단을 조직해 전 교수를 전북도 14개 시·군에 배치, 지역 문제를 연구하도록 했다. 대학은 그 지역의 지식기반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 총장의 평소 소신에 따른 조치다.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나 한지산업육성에 전주대의 식품관련학과나 한지문화학과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역에 있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 못지 않게 점차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전주대. 먼 미래를 바라보는 이 총장의 뛰어난 안목에다 끊임없는 자기혁신으로 진정한 글로컬 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남식 총장은…
1955년 서울에서 출생한 그는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농과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산업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한성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을 거쳐 지난 2003년 제9대 전주대 총장에 취임한 후 2006년 연임했다. 디자인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홍조근정훈장(2004년)을,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지속가능경영대상 중 창조경영상(2008년)을 수상했으며 전주한지문화축제조직위원장과 전주시 지역혁신협의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섬김의 리더십으로 미래의 ‘슈퍼스타’를 키우고 있는 이남식 전주대 총장은 “전문인양성을 위한 실용교육,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교육”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범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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