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온라인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파는 행위를 불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게임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게임머니 거래가 양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 지난 10일 대법원은 온라인게임 ‘리니지’ 게임머니인 ‘아덴’를 사들여 2000여명에게 되팔아 차익을 얻은 혐의로 기소된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게임산업진흥법에 명시된 환전금지 조항에서 현금거래가 금지된 물품은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로 되어 있는데 일반 온라인게임에서 얻은 게임머니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대상이므로 무죄란 게 대법원의 판결이다.
■게임머니 거래중개업체 ‘안도’
물론 이번 판결은 일반 게임에서의 게임머니 및 아이템과 관련된 문제를 법률상 명확히 해석했다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일반 온라인게임에서의 게임머니 및 아이템 거래는 양성화의 길을 밟게 됐다. 당장 이번 판결로 온라인 게임아이템 및 게임머니 중개업을 하는 IMI나 아이템베이 등의 업체들은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올 명분이 마련됐다.
해당 업체들은 11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온라인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 거래행위 및 이에 대한 중개행위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재판부가 사냥과 거래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게임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등을 축적해가는 온라인게임의 플레이 방식을 충분히 이해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이들 업체는 나아가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가 청소년 유해매체로 규정한 조치가 어느 정도 완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새 수익모델 탄생 기대
물론 대다수 게임업체는 약관에 있는 게임머니의 현금거래 금지 조항을 여전히 고수할 태세다. 그간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약관을 통해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사고팔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이용자의 계정을 압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왔다. 게임머니는 게이머들이 게임을 통해 획득한 사이버 재화지만 소유권은 회사 측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게임업계는 이번 판결로 공정위가 약관심사 시 공정성 여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비책을 고심 중이다. 대다수 업체가 판결문을 본 후 방침을 정하겠다며 눈치를 보는 것도 그래서다. 그간 공정위는 아이템 거래자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또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직접 게임머니 거래사업을 영위할 명분이 생긴 만큼 장기적으로 사업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NHN은 북미서 운영하는 게임포털 이지닷컴에서 아이템 및 게임머니 현금거래를 공식적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관련 솔루션사업자 라이브 게이머와 제휴계약을 한 바 있다. 넥슨도 일본서 ‘메이플스토리’ 사이트 내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를 허용, 이용자들이 게임머니를 이용해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시스템이 국내에 수익모델로 도입될 가능성이 커진 것.
하지만 자동프로그램(오토) 등을 이용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얻은 게임머니는 현금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온 만큼 중개업체는 불법 게임머니를 걸러내야 하는 의무도 새로 지게 됐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불법적인 게임머니를 가려내기 위한 ‘아이템거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관련자료를 조사 중이다. 한편 게임업계 관련자들은 현재 국내 온라인게임 현금거래 규모가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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