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가정의학과, 이탈한 의사들의 편한 지름길인가

김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6 15:47

수정 2010.02.16 15:22

경기도 모 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레지던트)인 김모씨(34)는 원래 타병원 산부인과를 전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군의관 생활을 마친 뒤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로 전공을 바꿨다. “힘든 일이 많은 산부인과보다 가정의학과가 상대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밝혔다.

대학병원에서 선임의사와 주먹질을 하고 그만 둔 일반 외과 의사 박모씨(35)도 몇년 간의 방황 뒤 가정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전문의가 된 동기생들보다 늦었지만 가정의학과는 ‘뜨는’ 과목이니 곧 내가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16일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국내 의료시장에 종사하는 5만9000여명의 전문의 중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4153명(보건복지가족부,2009년 12월 31일 기준)이다.


전체 의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최근들어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인기과목이다.

올해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경우 411명으로 600명인 넘는 내과 다음으로 많다. 이는 복지부 및 병원협회, 전문학회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이처럼 가정의학과 전문의 비중이 큰 것은 ‘한국형 일반의원’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동네병원도 현실적으론 가정의학과 전공의 과정 및 전문의 과정을 마쳐야만 인정받는다”며 “일반 환자들의 경향과 전문성을 조율한 적절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타 과목 의사들 중엔 최근 몇년간 늘어난 가정의학과 정원 때문에 전공의들이 전보다 쉽게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교수는 “가정의학과를 일종의 ‘비빌 언덕’으로 여기는 젊은 의사들이 많다”며 “조금만 불만이 생겨도 그만두고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다른 병원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고 걱정했다.

가정의학과의 경우 급박한 응급상황도, 밤을 새는 위기도, 대수술이 없어 힘들지 않은데다 최근 들어선 다이어트, 금연, 미용관리 등을 중점적으로 개업하면 수입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모 병원 내과 남모씨(33)는 “지인 중에 일반 의사로 응급실 당직 아르바이트만 하며 살다 아이가 생기자 ‘이젠 노후대책을 세우자’며 작은 지방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밟는 사람이 있다”며 “환자의 1차적 치료와 예방에 중요한 가정의학과를 격려하는 정책을 이용해 편안함만 추구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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