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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부회장 ‘울며 햄버거 먹기’ 사연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19 17:11

수정 2010.08.19 17:11

“롯데리아 햄버거 빵을 기린식품에서 생산하도록 하세요.”

19일 제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지난해 인수한 식품업체 기린식품에 햄버거 빵을 제조해 같은 계열사인 롯데리아에 공급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린식품이 햄버거 빵을 만들 수 있는 생산라인을 갖추지 못한 상태인데다 지금 당장 자금을 투자한다 해도 설치장소 등 여러 가지 여력이 부족해 결국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회장의 이 같은 지시에도 불구하고 롯데리아는 기존 거래처인 SPC그룹 계열사인 삼립식품과 샤니와의 거래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신 부회장은 인수한 기린식품을 도와주지도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식인 ‘울며 햄버거 먹기’를 선택하게 된 셈이다.

이는 그간 계열사 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롯데그룹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이례적인 케이스에 해당된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삼립식품과 샤니는 롯데리아가 처음 문을 연 1979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32년째 인연을 맺어 오고 있다. 두 회사는 매년 120억∼180억원어치의 햄버거 빵을 롯데리아에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오랜 세월 거래가 유지된 주된 이유는 햄버거 빵을 제조하는 시설을 갖춘 국내 제빵 회사가 몇 군데 되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삼립식품과 샤니는 빵 전체 시장점유율을 85%나 차지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제빵 회사다.

이에 비해 기린식품은 시장점유율이 10% 내외로 규모에서 두 회사에 밀린다. 또 본사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에 자리 잡고 있어 롯데리아 입장에서는 거리 등 불편한 점이 많은 편이다. 기린식품은 현재 빵류 외에도 견과류, 냉동제품, 선물용품, 음료제품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사실 롯데그룹은 기린식품 외에도 ‘롯데후레쉬델리카’라는 식품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편의점 식품 제조 전문업체로 삼각깁밥, 샌드위치 등을 롯데마트,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도 빵을 생산하고 있지만 기린식품처럼 햄버거 빵 설비를 따로 갖추지는 않은 상태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빵 공장에는 식빵 등 종류에 따라 공장 설비라인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며 “햄버거 빵은 패스트푸드점들이 주로 사가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편이 아니라서 삼립식품, 샤니처럼 설비를 갖춘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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