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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맥주는 맛없다? 장인이 말하는 맥주의 진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9.01 18:30

수정 2010.09.01 18:30

▲ 각국으로 수출되는 오비맥주 제품.

“국산맥주 맛은 물처럼 밍밍하고 싱겁다(?).”

최근 때 아닌 맥주 맛 논란이 일고 있다. 맥주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의 프리미엄 맥주들을 쉽게 접하면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간 비교 품평이 한창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국산맥주의 맥아 함량 등을 거론하며 국산 맥주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수입맥주는 ‘쌉쌀하고 진한 맛’이 있는 반면 국산맥주 맛은 밍밍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비맥주의 맥주양조전문가인 백우현 브루마스터(맥주 양조 장인)를 만나 맥주 맛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실제로 국산맥주는 수입맥주보다 싱거운가요.

▲맥주는 기호식품이다.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맛의 종류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통상 맥주 맛이 부드럽다거나 강하다고 할 때 그 맛의 차이는 제조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맥주의 제조방법은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 특징인 ‘하면발효(제조과정 중 맥주통의 아래쪽의 효모 발효)’, 맛이 두텁고 농도가 짙은 ‘상면발효(맥주통 위의 효모 발효)’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국산맥주는 대다수 세계 유통맥주들이 채택하고 있는 하면발효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맛이 특징인 유럽풍 상면발효 맥주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국산맥주에서 ‘싱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느낌일 뿐 객관화하긴 힘들다. 특히 맛의 판별은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국산맥주보다 수입맥주가 더 맛있다’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소비자들은 수입맥주의 깊고 진한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나요.

▲최근 라이프스타일의 고급화, 해외 경험의 증가와 함께 차별화된 맛과 향, 색다른 음용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수입 맥주의 마니아층이 확대되고 있다. 물론 수입맥주마다 고유한 매력이 있겠지만 흔히 말하는 수입맥주의 ‘깊고 진한 맛’, ‘쌉쌀한 맛’을 많은 소비자들이 좋아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실제로 대다수 국내 소비자들은 진한 맥주 맛보다는 목 넘김이 좋고 부드러운 하면발효 방식의 맥주 맛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시노베이트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는 ‘한국 소비자가 중요시하는 맥주 속성’ 조사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소비자들은 ‘상쾌한 맛’과 ‘첫 느낌’ ‘깔끔한 뒷맛’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조사에서도 이러한 맥주속성은 그대로 반영되어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맥주의 맛은 ‘깔끔하고 상쾌한 맛’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맥주 맛의 일반적 특징은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국산 맥주는 수입맥주에 비해 제조기술과 원재료의 품질이 떨어지나요.

▲국산 맥주의 제조공정 관리와 품질 수준은 외국의 맥주에 비해 손색이 없다. 실제로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는 수입명품맥주 가운데 국내 생산라인에서 직접 제조, 판매하는 제품도 있다.

오비맥주의 경우 해외 프리미엄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등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호가든의 경우 슈퍼 프리미엄 맥주로 구분될 만큼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검증된 기술력과 노하우 없이는 국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호가든은 전 세계에서 원산지인 벨기에를 제외하고 러시아와 한국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프리미엄 맥주의 국내 생산 자체는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양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최근에는 우리 고유의 맛과 품질 경쟁력을 토대로 국산 맥주의 해외 수출실적도 크게 늘고 있다. 오비맥주의 경우 홍콩시장 점유 1위인 프리미엄 맥주 ‘블루걸’을 포함해 일본, 미국, 몽골 등 세계 30개국에 30여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

―국산맥주는 주원료인 맥아의 함량이 부족한가요.

▲일본의 경우 맥주의 맥아 함량을 최하 66.7% 이상으로 엄격히 관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세법상 맥아 함량이 10%만 넘어도 맥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산맥주의 맥아 함량이 부족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주세법의 맥아비율은 수입맥주에 대한 과세목적에 따라 설정된 법률상의 기준일 뿐이다. 따라서 이를 실제 맥아함량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국내 주세법상의 맥아비율에도 불구하고 국산 맥주의 대부분은 맥아 함량이 60% 이상이며 100%에 가까운 맥주도 많다. 일부에선 국내맥주의 경우 맥아가 비싸서 안 쓴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맥아가 비싸서 쓰지 않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기호를 맞추기 위해 맥아함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는 맥아 함량 25%의 ‘제3 맥주’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맥아함량이 맥주의 품질을 결정하는 잣대는 아니다.

/sdpark@fnnews.com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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