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유능하던 백화점 명품 바이어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해외를 누비며 일 잘하던 이 사람은 한직인 백화점 온라인몰로 별안간 발령이 났다.
그는 고민했다. '이런 식으로 그만두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자 화도 났다.
AK몰 유재용 백화점팀장(43)이 지난 2008년 7월을 떠올린 기억들이다.
유 팀장은 "발령이 나자 AK플라자가 2007년 인수한 삼성플라자 출신들을 이렇게 홀대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네가 원하는 인력과 시스템을 조건없이 지원해 주겠다'는 상관의 설득과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에 일단 초대 AK몰 백화점 팀장을 맡았다"고 말했다.
막상 백화점팀을 맡았지만 롯데닷컴, H몰, 신세계닷컴 등 백화점 '빅3' 온라인몰들과의 격차는 너무나 컸다.
유 팀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빅3' 온라인몰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경쟁에서 이기느냐가 최대 고민이었다"며 "남 따라하지 말고 우리가 강점인 스포츠, 유아·아동, 화장품, 영캐주얼에 주력하고 온라인몰 메인에 특정 상품군을 집중 노출시키는 밀어주기 전략을 추진하자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집중화 전략은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첫 해 240억원이던 AK몰 백화점관 매출이 불과 2년 뒤인 지난해 730억원으로 3배 성장했다. 올해는 1200억원까지 목표를 늘렸다. 그 사이 6명이던 백화점팀도 29명까지 늘어난 탄탄한 조직으로 거듭났다.
그는 온라인몰을 오프라인까지 확대하는 이변(?)까지 만들었다.
지난해 8월 AK플라자 경기 평택점에 22㎡ 규모의 'AK몰 럭셔리 콜렉션' 매장을 출점했다. 백화점 온라인몰 상품이 오프라인 점포에 매장을 낸 건 업계 최초의 시도였다.
유 팀장은 "테스트 매장 개념이지만 지역의 명품 수요 틈새시장을 노린 게 어느 정도 적중했다"고 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구로본점에 2호점을 냈다.
그는 지난 3년의 시간을 '침과대단(枕戈待旦)'에 비유했다.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리는 장수처럼 항상 준비하고 단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성과와 노력 덕분에 지난해에는 애경그룹 유통 부문에서 유일하게 '자랑스러운 애경인상'을 받았다.
그는 "후배들과 고생한 3년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너무 감격스러웠다"며 "후배들에게 선두를 쫓으려 하지 말고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만들겠다는 자세를 주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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