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본주의 독버섯‘화이트칼라 범죄’대해부] 불특정 다수에 금전적 피해 처벌은 절반 이상 집행유예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25 17:44

수정 2014.11.05 12:37

부산저축은행의 부실회계, 중앙 공무원들의 이권 비리, 대기업 가격담합….

올해 들어 한국 사회를 강타한 대형 경제범죄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기업과 정부 등 상위층 전문직 종사자들이 전문지식을 활용한 범죄를 저질러 다수에게 피해를 끼친 '화이트칼라 범죄(White Collar Crime)'라는 것이다. 이들은 범죄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지만 정작 법적인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불공정 사회'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극소수의 화이트칼라가 저지른 범죄로 수많은 선의의 일반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중대범죄로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지만 정작 법의 잣대는 사회·경제에 끼친 영향에 비해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뉴스는 공정사회 확립을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화이트칼라 범죄의 문제점과 유형 및 대안을 4회에 걸쳐 시리즈로 진행한다.

'공정사회'를 외치는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범죄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횡령·배임으로 기소되는 사건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가중처벌받아야 할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피의자들이 집행유예 등 가벼운 형량을 받는 경우가 많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가 25일 대법원 판결정보시스템을 통해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관련 판결 841건(피의자 1242명, 1995년 1월 1일∼2011년 6월 30일)을 전수조사한 결과, 판결문이 전산에 등록된 첫해인 1995년 3건이던 횡령·배임 범죄 건수가 2008년에는 58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무려 326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55건을 기록한 가운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가 부산저축은행 비리관계인만 60여명 기소한 것을 비롯해 다수의 특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많아 올해와 내년에 걸쳐 수백건에 달하는 횡령·배임 판결이 예고되고 있다.

이처럼 횡령·배임 사건이 급증하고 있지만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기간 1심 판결 피의자 수 대비 집행유예 및 무죄를 받은 사례를 비교·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피의자 10명 중 6명이 실형을 면했다.

1심 판결 553건(피의자 수 785명)을 분석한 결과, 1심 대상자 가운데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경우가 423명으로 53.8%에 달했고 무죄선고를 받은 피의자도 47명으로 5.9%였다. 실형선고를 면한 피의자가 470명으로 59.8%다.

특히 2000년 판결문 온라인 등록 자율시행에 이어 2007년 강제의무 시행을 감안해 판결문 샘플이 거의 100% 확보된 2006년부터 집행유예율 추이를 보면 2006년 집행유예율이 47.8%에 달했지만 이듬해에는 25.5%로 떨어졌다. 2008년엔 다시 47.2%로 오른 뒤 2009년에는 63.9%로 60%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도 62.9%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무려 69.3%까지 치솟았다.

민주화 정착에 이어 글로벌 선진국을 표방하고 있는 최근 3년 동안 오히려 집행유예율은 60% 이상을 기록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처벌이 되레 약화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박사는 "화이트칼라 범죄는 일단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관련 기업이나 조직이 거론하기를 꺼리는 데다 피해를 본 개인이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적발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며 "수백, 수천명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노상강도보다 약한 처벌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대책 없이는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성환 강두순 강재웅 이병철 이유범 최순웅기자

■화이트칼라 범죄는

기업이나 정부 등 사회의 각 방면에서 상위 계층에 있는 자가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벌이는 범죄행위. 미국의 범죄학자 E H 서덜랜드가 사회의 지도적 지위에 있는 화이트칼라에 속하는 자의 반사회적 행위를 범죄개념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등장한 용어다.

기업이나 정부 관료의 횡령·배임을 비롯해 기업스파이, 가격담합, 사기판매, 주가조작 등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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