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본주의 독버섯 ‘화이트칼라 범죄’ 대해부] (4·끝) 범죄예방을 위한 방안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30 17:12

수정 2014.11.05 11:54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선거 관련 돈거래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치부가 다시 드러났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공직기강과 공정사회 확립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유난히 기업 범죄를 비롯해 정부 부처 공무원들의 비리가 많이 발생, 화이트칼라 범죄가 무방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사회 기득권층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벌이는 화이트칼라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기준 강화와 범죄 예방을 위한 제도적 규제, 투명하고 건전한 사회문화 풍토 조성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처벌 기준 강화 필요

우선 일반 범죄보다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엄격한 형벌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올해 8개 분야의 양형기준 중 금융경제범죄·지적재산권·폭력·교통범죄 등 4개 분야의 양형기준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이 중 지재권 분야에서는 기술유출에 관한 처벌 양형기준, 금융경제범죄에 대해서는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이 업무와 관련해 돈을 주고받거나 알선하는 경우(배임수재, 배임증재, 알선수재) 등에 초점을 맞춰 2013년까지 양형기준이 정비된다.

양형위원회 최형표 운영지원단장은 "전문위원단이 4개 범죄군에 대해 양형기준 초안을 만들기 위해 팀별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공무원뿐 아니라 개인이 업무와 관련해 유착관계를 통해 돈을 받고 저지르는 비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양형위 1기에서 만든 배임·횡령 관련 양형은 2009년 7월 1일부터 시행해 사실상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지금까지는 새 양형기준을 적용해 대법원까지 간 판례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새로 만든 화이트칼라 범죄 관련 양형기준이 실제 법정에서 적합한 실형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양형위 최 단장은 "뇌물죄는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있어 양형구간을 올려 권고형량 범위를 높였듯이 배임·횡령 관련 새 양형기준도 국민정서와 여론상 여전히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 언제든 다시 논의해 권고형량을 늘리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등 견제장치 마련

하지만 양형기준 강화는 사건이 터지고 수습하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이기 때문에 예방기능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범죄가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범죄 예방의 핵심적인 제도적 장치인 사외이사제도가 '거수기' 역할 등 형식적인 활동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기업 범죄 예방을 위해 사외이사 공시제도와 지배주주의 사외이사 선임 요건을 제한하는 등의 사외이사제도 손질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정윤모 연구원은 "배임·횡령으로 인한 기업의 도산은 정상적인 경영에서 일어나는 기업의 흥망성쇠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기업지배구조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으면 사전에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의자들이 범죄 사실을 숨기거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전관예우를 받는 고액 변호사 선임에 대한 근절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처벌을 피해갈 수 있는 편법 중 하나가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인데 전관예우 금지법안 등이 마련돼 오는 2012년 시행되는 만큼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조금씩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박사는 "경제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피해액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고 컴퓨터 자판 하나 치는 데도 돈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수 있다"면서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회복 대책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자율 통제·시민참여 강화 최선

이처럼 양형기준 강화나 사외이사제도 도입 등 제도를 강화해도 작심하고 저지르는 화이트칼라 범죄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따라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회적 책임 경영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이다. 화이트칼라 범죄 속성상 사법 당국에서 범죄 유무를 일일이 적발하고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데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반 시민들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적극 대응하는 사회문화적 접근법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 자율에 맡긴 사회적 책임 경영도 기업의 내부 통제기능이 약화될 경우 범죄예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일으키는 기업에 대한 시민사회의식이 바로 서면 비윤리적 활동을 한 기업이 자연 도태되고 정도 경영을 하는 기업이 적자생존하는 선순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윤용 대표는 "선진국은 정부가 시민단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반응함으로써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시되고 있다"면서 "기업의 올바른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시민단체의 생산적인 견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성환 강두순 강재웅 이병철 이유범 최순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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