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샵 레포츠팀 스포츠 의류 상품기획자(MD)인 양성진 과장(38)은 홈쇼핑의 현주소를 묻자 대뜸 이렇게 되물었다.
이어 양 과장은 답을 말했다. "모든 상품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스포츠 의류는 백화점과 동일가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실제로 양 과장이 기획해 지난 2009년 가을 홈쇼핑업계에서 유일하게 론칭한 '프로스펙스 워킹화 W'가 대표적이다.
양 과장은 "트레킹과 아웃도어 붐을 고려할 때 홈쇼핑에서도 성공할거라는 확신이 들어 워킹화 입점을 제안했는데 업체가 선뜻 응했다"며 "다만, 백화점과 대리점 등의 반발 때문에 가격은 건드리지 않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초반 반응은 부진했다. 그때까지 워킹화 수요가 높지 않은 시점이라 홈쇼핑 매출은 미미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트레킹 열풍이 고조되면서 매출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만 W 매출이 50억원이 넘었다.
그는 "과거 홈쇼핑은 철 지난 저가 상품을 판매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았는데 W가 이런 편견을 깬 상품"이라며 "홈쇼핑에서도 신상품을 정가에 판매해도 안정적 매출이 보장된다는 선례가 됐다"고 뿌듯해 했다.
올 봄 단독 기획한 아디다스 티셔츠는 6개월 사이 16만5000세트가 판매돼 17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GS샵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양 과장은 레포츠 브랜드 의류의 홈쇼핑 유통을 이끈 개척자다.
현대백화점 바이어로 근무하다 지난 2003년 GS샵 레포츠팀으로 이직한 당시는 홈쇼핑에서 스포츠나 아웃도어 브랜드는 '오르지 못할 나무'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고가의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에게 홈쇼핑은 '입점하면 이미지만 구기고 망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양 과장은 편견을 깨고 싶었다. 백화점 시절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2003년 11월 홈쇼핑 최초의 스포츠 브랜드인 엘레강스 골프 웨어를 선보였고 2005년에는 아디다스 의류를 유치시키며 판로 개척에 앞장섰다.
현재는 아디다스, 코오롱, 트랙스타, 리복, 프로스펙스, 스케쳐스, 엘레쎄, 푸마 등 홈쇼핑에서 가장 많은 스포츠 브랜드를 GS샵에 입점시켰다.
"처음 이직했을 때는 '백화점에서 온 놈이 물정 모르고 날뛴다'는 욕도 들었지만 성공할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소신껏 일했다"며 "홈쇼핑을 레포츠 의류의 정식 판로로 개척하는데 일조한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