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3년 출시된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 가격은 10원이었다. |
이 기간 국민소득은 210달러에서 2만달러로 성장했고 10원짜리 삼양라면은 700원이 됐다.
꿀꿀이죽 대신 배고품을 달래주던 라면은 이제 웰빙식품으로 거듭나 국내 200여가지 종류가 생산되고 있다.
최근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이 닭고기 육수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인스턴트 라면의 시초인 ‘삼양라면’이 바로 ‘닭고기 국물맛’이었다.
그러나 1963년 첫 출시된 삼양라면은 소비자의 거부감으로 예상밖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라면이라는 생소한 이름을 접한 사람들이 옷감이나 실이라는 어감을 느껴 먹기를 꺼렸다.
이에 삼양은 직접 거리로 나가 라면 시식에 나섰다. 사람들은 평소 즐기지 못한 고깃국을 먹었다는 만족감과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는 포만감을 느꼈다.
1966년 11월 전국적으로 240만 봉지가 팔린 '삼양라면'은 3년 뒤 월 1500만 봉지를 판매, 라면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라면이 인기를 끌자 동방유량의 '해표라면', 신한제분의 '대표라면', 풍국제면의 '해랑라면' 등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됐다. 하지만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주식회사의 '롯데라면'을 제외하고는 곧 시장에서 사라졌다.
삼양라면은 원조 프리미엄 덕분인지 20여년 동안 우리나라 인스턴트 라면 시장을 주름잡았다. 그러나 지난 1985년 우지파동을 기점으로 2등 농심과 순위가 역전된다.
대법원 무죄판결로 라면에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누명은 벗었지만 지금까지 삼양은 농심에 내준 1위 자리를 뺏지 못하고 있다.
농심이 여세를 몰아 내놓은 제품이 바로 소고기 국물맛의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우리나라 봉지라면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연매출 3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농심의 효자 상품이다.
우리나라 라면이 매워진 것도 이 때부터라 볼 수 있다. 당시 라면 맛 트렌드는 된장국같이 담백하고 구수한 것 일색이었다. 농심도 맵지 않은 ‘안성탕면’에 주력할 때였다.
그러나 육개장 사발면이 잘 팔리는 것을 보고 매운 맛에 승산이 있을거라 판단해 신라면을 개발했다고 농심은 전했다.
농심과 삼양의 양강 구도는 국내 라면시장 성장으로 이어졌다. 지난 1976년 580억원 수준의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9000억원에 달하며 세계 6위를 자랑했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간 라면 소비량은 1인당 75개에 이른다.
라면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비빔국수를 모태로 한 제품이 나오는가하면 마치 우동을 냄비에 그대로 옮겨놓은듯한 상품도 잇따라 출시됐다. 곰탕을 인스턴트 라면으로 재현하면서 관련 제품들도 큰 인기를 얻었으며 건강식을 표방한 생라면도 다소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농심과 삼양이 국내 인스턴트 라면 시장을 양분하는 사이 ‘마이너 기업’의 반란도 시작됐다. 라면 시장의 변방을 지키던 한국야쿠르트와 오뚜기가 ‘흰 국물’을 내세워 공략을 시작한 것. 올해 히트상품 1위로 선정된 꼬꼬면은 지난 8월 출시 이후 4개월만에 600억원 매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매운 맛 라면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오뚜기가 내놓은 ‘기스면’도 출시 20일만에 600만봉지가 팔려 보름동안 350만봉지가 팔린 꼬꼬면을 뛰어넘었다는게 업체측 주장이다.
방어전도 만만치 않다. 2위 라면업체 삼양도 ‘나가사끼 짬뽕’으로 흰 국물 라면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나가사끼 짬뽕은 출시(8월) 이후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2600만개에 달한다./ys8584@fnnews.com 김영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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