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의 경우 부장급이 된 뒤에도 무려 6단계를 올라가야 겨우 본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부장 직급 세분화는 40~50대 부장급이 은행마다 수천명에 달하면서 은행 측이 내놓은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은행권은 '행원-(계장)-대리-차장-(부부장)-부장-본부장-임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부 은행에는 계장, 부부장 직급이 있는 곳도 있다.
우리은행은 차장 이후 부부장, 부장의 승진단계를 거친다. 내부적으로는 매니저(manager)를 뜻하는 M6부터 M1이라는 등급 체계가 있다. M6는 은행 부지점장인 부부장이며 M5부터 M1까지는 지점장인 부장급이다.
M6에서 M5로 올라가는 것은 일반적으로 4~5년 정도 걸리고 부지점장에서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의미여서 이른바 '승진턱'을 낸다.
M5부터 M1까지는 지점 규모에 따라 등급이 나뉘며 더 큰 지점으로 가거나 지점 등급이 올라가는 것이어서 내부적으론 '영전'이라고 평가한다.
단순 규모로 보면 M6급 출장소라면 직원이 4~5명 정도, M1급 TC센터(PB센터)라면 20명이 넘는 대형 지점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실적이 매우 좋을 경우 한 번에 두 단계 이상 올라갈 수도 있다"며 "유동적이지만 M6부터 M1까지는 10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부장직군을 크게 MA, MB, SM 등급으로 나눈다. MA급은 부지점장이나 소규모 지점의 지점장을 맡게 되며 MB급은 일반 지점이나 소규모 PB센터장에 해당된다. 가장 높은 SM급 부장은 대형 PB센터를 책임지는 센터장이다. 단계마다 평균 4~5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부장만 8~10년 정도는 하는 셈이다.
하나은행은 비교적 단순한 체계다. 일단 크게는 '행원-책임자-관리자-임원'으로 나뉘고 부장급인 관리자에는 본부 팀장이나 부서장, 지점의 지점장이 해당된다. 통상 관리자급으로 승진하면 팀장을 단다. 이후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점장이나 본부 부서장을 맡게 된다.
국민은행은 내부적으로 L3, L4급이 부장에 해당되는데 L3는 부부장이나 부장, L4는 지점장급인 부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L3에서 L4로 올라가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L3급 부장만 몇 년 이상 할 수도 있고 실적이 좋으면 L4가 되지만 대략 부장을 8년 정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기업들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 체계를 갖춘 것에 비해 은행 직급 체계가 복잡한 이유는 역시 인사적체 때문이다. 1980년대 입사한 수만명의 은행 부장급이 '부서의 장'이 될 수 없게 되자 '부부장' 직급을 만들거나 부장급 안에서도 등급을 세부적으로 나누게 된 것.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은 부장으로 승진하더라도 임원이 되기까지 보통 10년은 해야 하는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상당수가 경쟁에서 뒤처져 부장급으로 은퇴하거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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