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커지는 반려동물시장..제도는 ‘걸음마’] 동물보다 못한 사람? 제왕절개 비용 무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0.29 17:30

수정 2012.10.29 17:30

[커지는 반려동물시장..제도는 ‘걸음마’] 동물보다 못한 사람? 제왕절개 비용 무려..

① 사람보다 비싼 동물 진료비

전국 약 359만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전체 가구의 17.9% 수준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관련 법.제도는 미비한 상태다. 이로 인해 반려동물의 유통, 진료, 폐기 등에 대한 비용과 문제점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날로 늘고 있는 유기견이나 고양이들은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실을 두고 '애완동물'이 아니라 '애환동물'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5회에 걸쳐 반려동물 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방안을 점검해 본다.

# 8년 된 애완견 마르티스를 키우는 김모씨는 얼마 전 교배를 통해 임신을 시켰다. 노산이라 걱정도 됐지만 애지중지 키운 애완견의 새끼를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출산예정일이 이틀이 지나도 새끼가 나오지 않자 다급한 마음에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집 근처 동물병원을 여러 곳 다니며 수술비용을 알아봤는데 어떤 동물병원에선 수술비가 30만원인가 하면, 몇백 m 떨어지지 않은 다른 동물병원에서는 70만원을 얘기하더라. 더욱이 응급상황이라며 10만원을 더 요구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질병 발생이나 관리에 적지않은 비용이 들고 있다. 하지만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고무줄 진료비로 인한 소비자들의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9일 한국동물병원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동물병원은 협회에 등록한 약 1000곳을 포함해 약 3000곳이 운영 중이다. 약 3000곳의 동물병원 진료비가 전부 제각각인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7월부터 애완동물 진료비에 대해 부가세가 적용되면서 소비자들의 비용부담은 더욱 늘었다.

■개 제왕절개비용, 지역별 4배 차이

실제로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있는 동물병원에 진료비와 수술비 등을 조사한 결과, 개의 제왕절개 수술비용은 지역과 규모에 따라 최소 20만원대에서 최대 80만원까지 큰 편차를 보였다.

마포구의 A동물병원은 제왕절개 비용이 20만원대였다.

하지만 인근 지역의 대형 B동물병원은 35만원 선이었다. 경기도 일산의 C동물병원은 제왕절개 수술비용만 50만원대였다. 이는 마취비, 혈액검사비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가격이다. 제왕절개수술 전에 필요한 혈액검사, 엑스레이, 초음파검사와 입원비까지 포함하면 수술비는 80만~90만원 선까지 올라간다.

서울 강남의 D병원은 제왕절개 기본 수술비만 80만원이었고 수액 방사선(5만원), 마취비, 혈액검사 등을 포함하면 비용이 무려 120만원이었다. 여기에 응급상황일 경우에는 10만원이 추가된다. 진료비와 수술비에 대한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어 동물병원에서 부르는 게 진료비요 수술비인 셈이다.

일부 동물병원은 인근 동물병원의 가격을 고려해 비용을 책정하기도 한다.

서울 신촌의 F동물병원은 제왕절개수술 비용을 문의하자 "다른 데는 얼마 달라고 해요? 우리는 좀 더 싸게 해줄게요"라고 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동물병원은 가격을 저렴하게 하기 위해 메스 같은 수술기구를 재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로 인한 2차 감염도 우려된다.

■사람의 병원비, 개만도 못하나

이처럼 개 제왕절개 수술비가 고무줄처럼 천차만별인 데 비해 사람의 제왕절개수술 수가는 정해져 있다. 단순비교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대형병원에서 산모가 제왕절개수술을 할 경우 제왕절개수술 수가는 약 36만원이다. 물론 여기에 마취료와 기타처치비 및 약품비는 별도다. 야간·공휴일인 경우는 약 53만원이다. 그래도 개의 총 출산비보다 저렴한 편이다.

한 중견병원의 의사는 "진료비나 제왕절개비 기준으로만 보면 인간이 개보다도 못하다"며 "개보다 싼 사람 아이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오늘날의 의사들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일반 진료비도 천차만별이다. 동물병원은 초진 진료비에 대한 기준도 없다. 강남의 한 동물병원은 초진비가 1만원인 데 비해 신촌 등 타지역의 동물병원은 초진비가 5000원 정도다. 어떤 동물병원은 수술을 할 경우 친절하게 초진비를 할인해 주기도 한다. 엑스레이나 초음파 촬영, 예방접종비도 지역별, 병원규모별로 천차만별이다. 반면 사람의 경우 건강보험으로 초진비와 재진비가 정해져 있다.

이 같은 동물병원의 천차만별 진료비는 지난 1999년 동물의료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소비자들은 진료비의 적정가격을 판단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료비를 게시해 놓은 동물병원도 없다. 결국 소비자는 본인이 자세히 알아보지 않는 이상 동물병원에서 달라는 대로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동물병원은 정해진 진료비 기준이 없어 자체 시설이나 의료진에 따라 가격 편차가 있다"면서 "여기에 지역마다 자릿세가 다르고 동일지역 내에서도 가격경쟁으로 인해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박지애 이지수 인턴기자

■반려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을 말한다.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해 사람의 장난감이란 의미가 강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친구라는 존재로 여겨 '반려(伴侶)라는 표현을 쓴다.
과거엔 주로 포유류, 조류, 어류가 반려동물이었지만 최근에는 파충류, 양서류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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