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내 '위 더 피플' 페이지에는 지난해 12월19일 열린 한국 대선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 집계가 이뤄졌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위 더 피플'은 미국 정부의 신문고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닉네임 '윤 C'라는 이름의 누리꾼은 "한국 사람들은 수개표 혹은 재개표를 요구하고 있다. 2012년 한국 대선이 프로그램에 의해 조작됐기 때문"이라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권이 보장되는 한국인들의 민주주의를 지켜봐달라"고 주장했다.
2만5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번 청원에는 2일 오전 11시 현재 4600여명이 동참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일부 누리꾼들이 해당 사이트 가입 및 서명하는 순서를 설명하는 글을 게시하면서 청원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개표 부정 의혹에 대해 선관위는 "객관적 증거나 사실관계 확인 없이 추측 또는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태다. 그럼에도 한국 대선의 재검표를 미국 정부에 요청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트위터에는 "나라 망신시키고 있네요", "왜 전세계적 멍청이가 되려고 하나", "왜 다른 나라에 내정 간섭을 해달라는 건가요"와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트위터 아이디 'Roan****'을 쓰는 한 누리꾼은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을 취소해 달라고 편지 보냈던 수꼴(수구꼴통)이나 백악관에 선거 관련 탄원에 서명하자는 깨시민(깨어있는 시민: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을 비꼬는 은어)들이나 누가 더 쪽팔리는지 경쟁 붙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진보적 성향으로 알려진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도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 시민사회도 아닌데 이걸 왜 미국 백악관에 청원하는 걸까. 참으료 묘한 의식세계"라며 이번 청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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