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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속물효과’가 왜 시장을 휘젓고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15 16:49

수정 2014.11.01 13:09

[fn스트리트] ‘속물효과’가 왜 시장을 휘젓고 있을까

경제학자 다비트 보스하르트의 외침이 도발적이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철학자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인생 좌표에 경제학을 얹힌 그다. 놀라운 발상이다.

경제학과 철학의 랑데부. 둘을 믹스하면 '생각하는 소비'다. 그는 소비를 욕망과 쾌락의 해방구로 봤다.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고 남과 차별화하려는 심리다. 속칭 명품족의 소비 패턴과 맞닿아 있다.

누군들 그런 심리가 없겠는가. 번쩍이는 값비싼 명품을 보면 촉수가 곤두선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과시 욕구다. 마음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허영심이랄까. 보스하르트가 세상의 명품을 사치품으로 규정한 까닭이다. 업계가 명품 두 글자에 집착한 데는 엄청난 지렛대가 숨어 있다. 가격을 비싸게 매길수록 더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 그것이다.

명품이냐? 사치품이냐? 상위 1% 부자들에겐 명품이다. 소시민들은 왠지 귀에 거슬린다. 그림의 떡이어서다. 그의 말대로 분수 넘치는 사치품이다. 어휘를 공유하려면 하나로 뭉뚱그려야 한다. 해외 고가 브랜드다.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샤넬, 버버리가 대표 브랜드다.

소비심리는 묘하게 굴러간다. 천태만상이다. 이런 라벨들을 몸에 지니지 않으면 허허롭다는 짝퉁족이 생겨났다. 가위 너도나도 짝퉁이다. 시장에도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왔다. 정가판매의 전통을 깼다. 이월 상품을 남김없이 소각하던 전통도 깼다. 세상에 몇 개 안된다는 명품, 말하자면 희소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 절반가 바겐세일!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자존심을 구긴 건 업계만이 아니다. 1%의 부자들에겐 충격 그 자체. 대중화되는 브랜드를 꺼리는 '속물효과(스놉효과)'가 시장에 팽배한 배경이다.

해외 브랜드 시장에서 고객은 왕일까? 봉일까? 국감 자료 하나가 눈길을 끈다. 그 품질이 좋다는 해외 브랜드의 애프터서비스가 엉망이라는 소식이다. 불만 신고 후 피해 구제를 받은 소비자가 열 명 중 한 명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밝힌 내용인데 19개 해외 고가 브랜드의 최근 4년간 소비자 불만상담 접수 건수는 1437건. 이 중 피해 구제를 받은 사례는 103건(7.1%)에 불과했다. 서비스가 싸구려인 셈이다.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본 것이다.

그럼에도 해외 브랜드는 불황을 모른다.

가계빚에 쪼들리고 일자리는 부족해도 호황이다. 해외 브랜드 앞에 서면 이성을 잃는 풍토병이 언제 사라지려나.

joosik@fnnews.com 김주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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