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음주 잦은 연말 ‘왕의 질병’ 조심하세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24 17:16

수정 2014.10.30 19:47

연말이 되면서 각종 송년회 등의 회식 및 음주의 기회가 많아지고 환자 건강의 균형 상태가 무너지면서 통풍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말이 되면서 각종 송년회 등의 회식 및 음주의 기회가 많아지고 환자 건강의 균형 상태가 무너지면서 통풍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엄지발가락 안쪽이 갑자기 슬슬 부어오르고 발이 아파서 구두를 신고 출근을 할 수가 없게 됐다. 극심한 통증에 병원을 찾은 그는 통풍이라고 진단받았다.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서영일 교수는 24일 "예전에는 통풍이 왕이나 귀족과 같이 잘 먹고, 부유하고, 뚱뚱한 소수 계층의 사람에게 주로 생겨 '왕의 질병(the disease of kings)'이라고도 불렸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서구적인 식생활로 비만한 중년 남성의 질병으로 대중화되고 있어 음주가 잦은 연말에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40~50대 남성이 48.2% 차지

통풍은 혈액 내에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이 결정화된 요산염이 관절 및 주위 연부조직에 침착되는 질병이다. 요산은 퓨린이 다량 함유된 음식이 체내 대사 직후 만들어진 물질이다.

요산염이 관절에 침착되면 관절의 급성염증을 유발해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급성통풍성관절염을 일으키게 된다.
제대로 진단을 받지 않거나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관절의 변형과 불구가 발생한다. 관절의 이상 외에도 다양한 신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요산에 의해 콩팥에 돌이 생기는 콩팥돌증(신석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통계에 따르면 통풍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통풍 전체 환자 가운데 남성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통풍은 대표적인 '남성병'이다. 술과 고기를 즐기는 40대와 50대가 전체 진료 환자의 48.2%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서 교수는 "통풍이 주로 남성에서 발생하는 이유는 남성은 신장에서의 요산 제거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기 때문"이라며 "반면 여성은 폐경 이전까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40~50대의 남성의 경우 신장 및 장의 기능이 점차 약화돼 요산의 배출능력이 감소한 상황에서 과식, 과음, 운동부족 등으로 요산이 과잉 생성돼 통풍이 발생한다.

■비만, 과다 음주자 조심해야

추운 날씨가 지속되는 겨울에는 통풍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증상이 심해지기 시작하다가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겨울에는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통증을 느낀다.

이 증상은 추위가 가시지 않는 이른 봄까지도 지속되고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도 환자 건강의 균형 상태가 무너지면서 통풍 증상 역시 심해질 수 있다. 연말이 되면서 각종 망년회 등의 회식 및 음주의 기회가 많아지고 환자 건강의 균형상태가 무너지면서 통풍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풍은 생활습관과도 큰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통풍 환자들이 비만인 경우가 많으며 고단백음식인 붉은색육류와 해산물을 과다섭취할 경우 요산 생성이 급증하게 된다. 요산 수치를 높이는 퓨린이 많이 들어있는 삼겹살, 치킨 등의 육류와 생선류 등을 맥주와 함께 마시면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통풍은 질환의 진행 상태에 따라 생활 습관 개선 또는 약물치료(요산생성억제제, 요산배설유도제, 진통소염제) 등으로 치료하게 되며 효과가 좋다.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만이 되지 않도록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하는데 과도한 운동은 탈수를 유발하고 요산의 생성을 촉진해 오히려 해가 되니 본인에게 맞는 운동법을 잘 선택해야 한다. 또한 고단백 위주의 식습관을 피하며 절주 또는 금주를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요산 배설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예방에 효과가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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