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후쿠시마 수습…노숙자 고용, 야쿠자 개입 ‘부실 아사리판’

뉴스1

입력 2013.12.30 16:06

수정 2013.12.30 16:06

후쿠시마 수습…노숙자 고용, 야쿠자 개입 ‘부실 아사리판’


3년전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 가운데 하나인 북부 센다이의 기차역. 역전 노숙자들이 아직 활동하기 전인 이른 새벽, 방금 한 남자가 열차에서 내렸다.

이 남자의 이름은 사사 세이지(67). 직업은 지진 당시 원전 사고를 겪은 후쿠시마 제 1원전 내부에서 사고 수습 작업을 진행할 노동자를 모집하는 리쿠르터(recruiter)다.

중개료로 두당 약 100달러를 챙긴다는 사사는 “이것이 바로 내가 다른 리쿠르터들처럼 노동자를 모집하기 위해 이곳에 매일 오는 이유”라며 노숙자들이 자고 있는 박스 더미들 쪽으로 성큼성큼 향했다.

로이터 통신은 30일 “이는 일본이 산업국가에서 가장 기피대상인 고위험의 원전 사고 수습 작업에 기꺼이 자원하는 사람들을 최소 임금으로 모집하고 있는 방법”이라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후쿠시마 원전 수습 현장에 연고 없는 노숙자들이 활용되고 있는 실태를 고발했다.

통신에 따르면 후쿠시마 경찰은 올 1월, 10월, 11월 후쿠시마 제염 작업을 맡고 있는 오바야시 그룹 사무실압수수색을 벌여 정부 기금 사업에 불법으로 노동자를 파견한 혐의로 야쿠자 일당들을 체포한 바 있다.


특히 10월 사건의 경우에는 사사씨를 통해 센다이역에서 모집된 노숙자가 후쿠시마현에서 방사능 오염토와 잔해를 치우는 작업에 투입된 것이 포착됐다.

경찰은 사사씨가 그간 오바야시 그룹 산하 파견업체와 체결한 노동자 계약 규모만 약 140만 달러(약15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선정한 20개 제염 업체 가운데 하나인 오바야시 그룹은 업계 서열 2위의 대기업이다.

오바야시 그룹이 직접적으로 범죄에 연루된 전력은 없으나 이후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일본 3대 야쿠자 조직 야마구치 구미, 스미요시카이, 이나가와카이 조직원들의 체포행렬은 이미 야쿠자에 잠식된 후쿠시마 노동자 파견 하도급 업체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오바야시 그룹의 준이치 이치가와 대변인은 “최근 계속되고 있는 야쿠자 연루 사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야쿠자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변인도 “(사고 수습 작업 가운데는)우리가 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요소도 있다”며 녹록치 않은 현 상황을 인정했다.

로이터는 “한때 일본 일용직 인력 시장의 중심은 수도 도쿄와 오사카였으나 이제 지진 피해지 최대 도시인 센다이가 노숙자들의 고용허브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렇게 모집된 노숙자들이 불법으로 고농도 방사능 오염 처리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한차례 경찰에 체포된 뒤 석방됐다는 사사씨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노숙자들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며 “단지 사람을 찾아 그들(야쿠자)에 보내주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을 보내 돈으로 교환하는 것, 그뿐”이라며 “그 이후 (그들에) 벌어질 일들과는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고위험의 피폭작업에 동원된 노숙자들은 심지어 임금마저 중간책들에 뜯겨 정해진 돈의 3분의 1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식비, 숙박비를 제하면 하루 일당은 6$가 고작으로 이는 법적으로 정해진 후쿠시마 최저 임금으로 1시간 근무 시 받는 수준이다.

센다이 역의 노숙자 니시야마 시즈야(57)는 “노숙자들은 이곳에 모든 짐을 가지고 모여들기 때문에 쉽게 리쿠르터들의 표적이 된다”고 말했다.


자신도 리쿠르터들을 통해 쓰나미 잔해 제거 작업에 투입된 적이 있었다는 니시야마는 “리쿠르터들이 우리를 보면 먼저 ‘일을 찾고 있나’,‘배 고프지 않나’고 질문한 뒤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하면 일거리를 제안한다”고 귀띔했다.

(센다이 로이터=뉴스1) 배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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