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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빈혈노인 뇌경색 회복 더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8 09:46

수정 2014.10.24 08:56

박영호 교수
박영호 교수

배희준 교수
배희준 교수

빈혈을 가지고 있는 노인에게 뇌경색이 발생했을 경우 회복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빈혈은 영양불균형이나 만성질환 등이 원인인데 우리나라 70세 이상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이 빈혈을 갖고 있을 정도로 노인에게 빈혈은 흔한 질환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뇌신경센터 배희준·박영호 교수팀은 급성 뇌경색 환자의 3개월 뒤 회복에 헤모글로빈 농도가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뇌경색 환자 2681명을 대상으로 입원 기간 중 헤모글로빈 농도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눈 뒤 신체기능척도(mRS)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입원 당시 헤모글로빈 농도를 기준으로 빈혈 그룹(Q1)은 헤모글로빈 중간 그룹(Q3)과 비교해 3개월 뒤 신체기능 척도 점수가 1.74배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외의 그룹에서는 정상그룹과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원 기간 중 가장 낮았던 헤모글로빈 농도를 기준으로 빈혈 그룹(Q1)은 중간 그룹(Q3)과 비교해 3개월 뒤 신체기능 척도 점수가 2.64배 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나머지 그룹은 중간그룹과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그동안 뇌경색 환자의 혈액 속에 헤모글로빈이 적게 있는 빈혈도 문제지만, 헤모글로빈이 너무 많은 것도 회복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혈액 안에 헤모글로빈이 적게 있으면 그만큼 운반하는 산소의 양도 적기 때문에 뇌 조직으로 산소 공급이 잘 되지 않아 뇌경색 회복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혈액 내 헤모글로빈이 많으면 혈액의 점도가 증가해 혈류가 느려져 뇌졸중 회복을 방해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통설이었다.

이번 연구는 헤모글로빈의 수치가 높더라도 뇌졸중 예후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박영호 교수는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가 남자는 13, 여자는 12 이하일 때 빈혈로 진단한다"며 "그동안 뇌경색 환자가 빈혈로 진단되더라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질 것을 염려해 헤모글로빈 수치가 7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수혈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희준 교수는 "빈혈이 있는 뇌졸중 환자에게 수혈 등 적극적인 헤모글로빈 투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상태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빈혈이 있는 노인들은 평소에 적극적으로 빈혈을 치료하는 것이 급성 뇌경색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 발행하는 뇌졸중(Stroke)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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