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아이디어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로봇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 재난 구조 업무를 수행하며 실력을 겨루는 대회인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 결선에 출전할 한국 대표선수 로봇들이 확정됐다. 내년 6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결선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5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DRC에 참석할 국내 3개팀을 선정해 총 35억을 지원키로 했다. 이로써 2015 DRC 국가대표 선발이 완료된 셈이다. 대한민국 로봇기술을 세계에 알릴 선수는 지난해 본선 참가 전력이 있는 카이스트의 '레인보우'팀, 로봇기업 로보티즈의 '팀 로보티즈', DRC에 처음 출전하는 서울대학교 'SNU'팀이다.
앞으로 9개월 뒤 열리는 결선은 본선과 다르게 미션 수행시간이 30분에서 1시간으로 두 배 늘어났을 뿐 아니라 미션마다 주어졌던 인터미션이 사라져 모든 미션을 릴레이로 수행한다. 재난구조에 투입되면 겪게 될 실제상황에 가까운 환경으로 고도화됐다.
■카이스트 '휴보 2.0'
지난해 본선 참가 전력이 있는 카이스트의 휴보는 당시 발목 모터가 고장나 안타깝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1위를 차지한 일본의 '에스원(S-ONE)'과 함께 유일하게 사다리 기어오르기 종목에서 만점을 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에 휴보2.0은 셧다운(갑자기 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안정화와 출력하는 힘을 키우기 위한 키·무게 증가 등의 변화를 감행한다.
레인보우팀을 이끌고 있는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는 "현장에 투입되면 문을 열고 짐을 나르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보행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목표는 운전부터 시작해서 전구간에서 만점을 받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효율 극대화된 모터로 승부
로봇전문기업 로보티즈는 지난 대회 본선 9위에 이름을 올린 팀 '토르'에 로봇을 제공한 업체. 지난해에는 미국팀으로 출전했지만 올해는 국내 전문가와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하면서 진정한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팀 로보티즈를 이끄는 로보티즈의 한재권 수석연구원은 "로보티즈 자체 플랫폼인 '똘망'에 새 손을 적용하는 등 하드웨어적으로 정밀하고 강해지도록 손보고 있다"며 "아울러 인공지능 비전인식도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로보티즈가 '다이나믹셀 프로'라는 대용량 액추에이터(감속기, 제어기 등을 일체형으로 구성한 모듈형 로봇 구동장치)를 생산·판매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구동기 효율을 개선해 정교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로봇의 증량부담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대량생산과 같이 개발단계부터 산업계 파급효과를 고민하기 때문에 산업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울대팀, 알고리즘으로 차별화
DRC 데뷔전을 치르게 되는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융합과학부 박재흥 교수는 기존 팀과 다르게 제공된 플랫폼에 자체 개발한 SW를 탑재해 출전한다. 기존 팀들이 2년 이상 준비한 것과 달리 9개월 만에 출전 준비를 마쳐야 하는 터라 밤낮 없이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박 교수가 이끌 SNU팀은 물체환경인식 분야에는 동 대학원의 곽노준 교수가 참여하는 등 총 15명으로 꾸려진다.
SNU팀은 이번 DRC가 처음일 뿐, 준비된 신입팀이다. 박 교수가 운영 중인 다이나믹 로보틱 시스템즈 랩은 2족 및 4족 로봇의 전신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해 로봇 팔과 하체 로봇 등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에 적용, 연구를 진행해 왔다. SNU팀은 로보티즈의 '똘망'을 플랫폼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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