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전자 '위기의 계절'] "실적 하락폭 빨라, 터널 길것" vs. "삼성 시스템경영 저력 있다"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5 17:28

수정 2014.09.25 21:51

[삼성전자 '위기의 계절'] "실적 하락폭 빨라, 터널 길것" vs. "삼성 시스템경영 저력 있다"

"영업이익이 4조원도 안 될 것 같다. 진짜 위기다."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3.4분기 실적전망이다. 3·4분기 실적결산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이미 삼성전자에 대한 잿빛 전망으로 리포트를 도배한 데 이어 삼성전자 임직원들마저 우울한 전망 일색이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이 성장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경고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실적하강이 가파르게 진행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다.

경영환경 변화로 실적이 뒷걸음칠 수는 있다.

문제는 하락폭이다. 추정대로라면 3.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7조1900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올해 2.4분기 이후 분기마다 영업이익이 1조~3조원 이상 뚝뚝 떨어지는 셈이다.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내려앉으면 2011년 2·4분기 3조8100억원을 기록한 이후 13분기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3·4분기 실적 잠정치를 다음 달 둘째 주에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현재 7~8일로 압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실적, 기정사실화

사실 삼성만큼 위기의식으로 무장돼 있는 회사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삼성 직원들도 올해 3.4분기 실적 앞에서는 "진짜 위기"라고 말한다. 그만큼 3·4분기 실적악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강해졌다. 비상경영체제 속에 출장비 절감 등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가전·반도체 부문 등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스마트폰 판매 부진을 메꾸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인 모양새다.

25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등에서의 판매부진 여파로 3·4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안좋다"고 전했다. 실제 레노버, 화웨이 등 중국 4대 스마트폰 업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지난달 25%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22%로 낮아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정보기술(IT) 계열사들도 삼성전자발 실적악화 우려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이 30~60%에 달해서다.

세계적인 스마트폰시장 성장세 둔화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생산재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요 대비 생산초과로 재고가 쌓이면서 실적악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도 모르는 바 아니다. 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감안하면 지역별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해야 하는 등 변수가 적지않아 단번에 방향을 틀기가 쉽지 않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지역별로 마케팅 전략과 영업환경이 다르고, 전 세계적으로 다수의 사업자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제품의 스펙이 다양한 만큼 전체 생산량도 만만치 않다.

사실 그동안 스마트폰 사업이 호황을 누렸던 것도 이러한 삼성전자의 지역별 맞춤전략 덕분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지속되면서 역으로 부담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3·4분기 실적 바닥론 고개

관건은 실적이 언제쯤 회복 추세로 돌아설 것인가다. 계절적 성수기인 4·4분기에는 실적개선이 예상되지만 현 추세라면 반짝회복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에서도 돌파구를 찾으려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삼성그룹 임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기록한 게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점플레이 시장에 플레이어가 늘어나면 실적이 줄어드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다만, 얼마나 빨리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또 "2·4분기에 스마트폰의 저조한 실적을 영상디스플레이(VD), 반도체 등이 일정 부분 커버해준 것처럼 향후 다양한 사업부가 실적개선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업 조정과 신사업 육성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고,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스마트폰을 출시했을 때 삼성은 끝났다는 비관적인 견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사불란한 시스템 경영 아래 대규모 선행 투자와 속도감 있는 연구개발(R&D) 등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며 "이러한 삼성의 저력을 고려하면 올해 3·4분기가 삼성전자의 역사적인 실적 바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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