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 하룻밤 신고만 300건 넘는 ‘송파경찰서 기동순찰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05 16:45

수정 2014.10.05 16:45

서울 송파경찰서 기동순찰대 대원들이 유흥가 밀집지역인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인근에서 차량 검문검색을 벌이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 기동순찰대 대원들이 유흥가 밀집지역인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인근에서 차량 검문검색을 벌이고 있다.

"금요일이었던 전날에는 112 신고가 하루 530건, 야간에만 350건이 있었고 오늘 밤에도 300건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장에서 검거 또는 제지해야 추가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만큼 모두 열심히 뛰어주기 바랍니다."

서울 송파경찰서 박규석 생활안전과장(49)은 지난달 27일 밤 8시께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기동순찰대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대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기동순찰대는 예방 중심의 경찰 활동과 신속한 112 신고 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신명 경찰청장의 지휘철학에 따라 8월 중순 전국 10개 경찰서에 만들어졌다. 각각 50명의 경찰관을 4개 팀으로 나눠 '야간-야간-비번-휴무'의 4일 주기로 야간 취약시간대에 집중 투입된다.

송파서는 12명씩 4개팀으로 나눠 매일 2개팀이 8대의 순찰차를 이용해 송파의 밤거리를 지키고 있다.
잠실 일대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진 1팀장(경위·58)과 최철환 주임(경위·47), 박재업 주임(43), 유원석 순경(28)이 탄 순찰차에 동승해 거리로 나섰다.

"먼저 순찰차에 기름밥 먹이고 가자"는 김 팀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천동에서 차량도난 신고가 접수됐다. 시속 30㎞ 안팎으로 달리던 순찰차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갑자기 80㎞로 달리기 시작했다. 송파서에서만 20년을 근무했다는 최 주임이 기가 막힐 정도로 길 안내를 했다.

지금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운전을 맡은 박 주임은 "소방차나 경찰차나 일반 차량들이 길을 안 비켜주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경찰도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주임이 신고자와 통화를 마치자 순찰차는 마천사거리로 방향을 틀었다. 유 순경은 휴대폰을 이용해 차량 소유자를 조회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착 여부 등을 확인했다. 5분여 만에 마천사거리에 순찰차 3대가 모였고 예상 도주로를 하나씩 맡아 도로 위의 차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5분여가 흘렀지만 도난차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송파서에서만 20년을 근무했다는 최 주임은 "골목으로 숨은 것 같다. 신고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역 경찰에 뒷일을 맡긴 채 순찰차가 다시 움직였다. 최 주임의 업무용 휴대폰에서는 신고 접수를 알리는 알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딸이 사귀던 남자에게 감금됐다"며 아버지로부터 신고가 들어왔다. 확인 결과 피해여성의 전 남자친구가 이날 낮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피해여성의 직장을 찾아와 데려갔고, 아직 인근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 해당 지구대로 사건을 넘겼다.

시곗바늘이 밤 9시를 가리키자 순찰차 4대가 모두 잠실지구대 앞에 집결했다.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일대 유흥가를 순찰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젊은 친구들이 주로 모이는 탓에 주말이면 새벽 서너 시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당연히 사건·사고도 많을 수밖에 없다.

순찰차들이 줄을 지어 좁은 골목으로 진입했다. 김 팀장은 "위력순찰을 하는 중"이라며 "행인들, 특히 술취한 사람이 많아 위험하지만 이렇게 순찰차들이 한바퀴 돌고 나면 심리적 압박을 줘 범죄를 예방하는 데 적잖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얼마 전 위력순찰을 벌이다 절도범을 붙잡기도 했다. 최 주임은 "순찰차를 보고 발걸음이 빨라지는데 보는 순간 수상하다고 여겼다"며 "인근을 샅샅이 뒤져 건물 4층에 숨어있던 피의자를 잡아 여죄까지 밝혀냈다"고 말했다.

옆을 보니 유 순경이 여전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 팀장은 "언뜻 보면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나가는 차를 무작위로 조회해 수배차량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잠시 후 유 순경은 "방금 전 지나간 차량이 음주운전에 따른 벌금(300만원)을 안 내 수배된 차량"이라고 보고했고 김 팀장은 맨 뒤에 따라오던 순찰차에 "해당 차량을 추적하라"고 지시했다.

순찰차가 신천 유흥가에서 나오는 차들이 주로 이용하는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사람 명의로 차를 빌려 무면허로 운전하거나 음주운전하는 사례가 많아 '허' '호' 등 렌터카를 대상으로 집중 검문을 실시하기 위한 것이다. 10분여가 흘렀을 때쯤 '방이동 주택가에서 십대 여럿이 한 명을 폭행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순찰차가 쏜살같이 달려갔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을 갈무리하자마자 이번에는 지하철 8호선 문정역 인근 주택가에서 화재신고가 접수됐다. 순찰차는 119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현장을 코앞에 두고 해당 지구대에서 "상황이 종료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순찰차는 다시 잠실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박 주임은 "지구대나 파출소의 순찰차는 많아야 하루에 20∼30㎞를 뛰지만 기동순찰차는 여기저기 사건 현장을 달려가는 탓에 100㎞를 넘어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0시를 넘어가자 신고도 뜸해졌다. 순찰차는 다시 신천역 인근 골목에서 차량 검문검색에 들어갔다. 오전 1시30분께 유흥가 골목에서 폭행사건이 터졌다. 술에 취한 20대 청년들 사이에 벌어진 해프닝처럼 보였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했다. 최 주임이 가해자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후 피해자와 가해자를 순찰차에 나눠 태운 뒤 기동순찰대로 이동했다.


기동순찰대에서 이들의 진술서를 받고 사건을 송파서로 넘기고 나니 새벽 4시가 가까워졌다. 눈꺼풀은 물론 온몸이 무거워졌다.
이제부터 순찰차 2대만 남기고 나머지는 대기근무에 들어갔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김종욱 수습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