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중국 자본이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유수 기업들을 흡수하는 등 보폭을 넓히면서 유럽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유럽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업 사냥에 나서면서 유럽 국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과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유럽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 규모가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지난 2010년 62억유로(약 8조4000억원)에서 2012년 말 270억유로(약 36조5900억원)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은 유럽 재정위기 당시 기업 M&A 방식으로 유럽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로듐그룹의 중국 해외투자 담당 틸로 하네만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럽 재정위기 당시 기업들의 자산 가격이 낮아 중국이 유럽 기업들을 매입하기에 좋은 시기였다"면서 "이는 중국이 기존 천연자원 위주의 해외투자에서 선진국의 기술과 브랜드에 대한 투자로 방향을 바꾼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국유기업을 앞세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 해외투자의 78%를 국유기업이 차지했다. 중국의 민간기업들도 2008~2010년 해외기업 M&A 비중이 4%에 불과했으나 2011~2013년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면서 30% 이상으로 높아졌다.
유럽 국가별 투자 규모를 보면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투자 비중이 높은 영국(236억달러)과 프랑스(106억달러)를 제외하면 이탈리아(69억달러), 그리스(55억달러), 포르투갈(54억달러), 스페인(24억달러) 등 재정위기를 겪은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에 투자가 집중됐다.
포르투갈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투자가 이뤄졌으며 특히 이탈리아는 올 들어 에너지, 통신 등 기간산업과 사치품 산업에 35억유로(약 4조7000억원)가 집중 투자됐다. 중국의 국영 전력회사가 지난 7월 이탈리아 전력 및 가스 유통망을 담당하는 CDP레터의 지분 35%를 매수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4조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투자규모는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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