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난립하던 통신 유통망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난립해 있던 수많은 판매점들이 모두 공식 대리점의 사전승인을 받을 수 없게 된데다, 이동통신 회사들의 보조금도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유통점들이 중간에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단통법이 본연의 목적인 휴대폰 시장의 유통구조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보다 많던 이통판매점
13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공식 대리점과 직영점 외에 우후죽순으로 난립해 있던 3, 4차 판매점들의 축소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여년간 통상 판매점이라고 불리던 3, 4차 판매점들은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을 병행하면서 불법 보조금이 살포되는 시기마다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광고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번호이동을 부추겨왔다.
이동통신 회사들이 경쟁회사의 가입자를 뺏기 위해 보조금을 늘린다는 점을 노려 멀쩡하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에게 새 휴대폰을 미끼로 내세우며 번호이동을 유도한 것.
이 때문에 3, 4차 유통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이동통신 회사는 정작 가입자 실적을 맞춰야 하는 시기에 실적 맞추기가 어렵게 되고, 결국 유통이 통신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이렇게 성행하던 이동통신 유통점은 지난해까지 전국 편의점 숫자보다 많을 정도였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불법 보조금으로 소비자들은 눈앞에서는 휴대폰을 싸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100만원에 해당하는 '휴대폰 빚쟁이'가 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또 이동통신 회사들은 막대한 금액의 마케팅비용을 쏟아부으면서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보다는 유통점에 넘겨주는 비용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결국 '난립하는 유통사들 경쟁 가열→불법보조금 살포→통신사 마케팅비 증가→가계통신비 증가'라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게 된 셈이다.
SK텔레콤, KT, LG U+,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유무선 사업자가 지난 2008년 이후 2013년 상반기까지 지출한 마케팅비용은 무려 44조6203억원이다. 이 중 광고선전비로 사용한 비용은 3조6914억원임을 감안하면 나머지 40조9289억원가량 중 대부분이 판매촉진, 매매유통비 등 유통단계에서 활용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경쟁수단, '보조금→요금제'로
업계와 전문가들은 단통법 시행으로 통신 유통구조가 수면 위로 올라 투명해지면서 이 같은 문제가 차츰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 보조금으로 소비자들을 끌어오기보단, 통신사 간 요금인하나 부가적인 혜택 등 서비스 질을 높이면서 경쟁해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국내 통신사들은 단통법 시행으로 불법보조금을 통한 고객 유치가 불가능해지면서 기존 고객을 위한 혜택을 늘리고 혜택이 늘어난 저가 통신요금을 신설하고 있다.
실제 한 통신사는 단통법 시행에 맞춰 'LTE 선택형 요금제'를 추가로 출시했다. 음성, 데이터, 메시지 등을 고객의 이용패턴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난립해있던 유통망들이 많았던 만큼 단통법 시행 초기에는 기존의 유통사들이 보조금 없이 장사를 하기 힘들어 극단적인 경우 폐업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결국 유통구조가 투명하게 돼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이 없어져 소비자 혜택도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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