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틸로 헬터 회장은 20일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헬터 회장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현장애로 청취 및 규제개선 간담회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기업의 세금부담만 늘어나지 않을까 한다"면서 "정부에서 의도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엔 힘든 방안"이라고 말했다. 헬터 회장은 이어 "제도의 취지는 기업의 이익을 (한국내)투자나 임금인상·배당으로 유도해 가계소득 증진을 위한 것으로 알지만 제도가 도입될 경우 10%의 추가 과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국부의 외국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외국 기업의 경우 추가적인 과세(기업소득환류세제) 적용을 예외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주형환 1차관은 "외투기업에 대해 기업소득환류세제 적용을 제외해 달라는 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 차관은 △국내기업과 외투기업간 '역차별 우려' △과거 기업소득환류세제와 유사했던 적정유보초과소득 과세제도 시행 시(1991~2002년) 외투기업에 대한 예외가 없었던 점 △미국 등 사내유보금 과세국들의 적용례 등을 수용 불가 사유 근거로 제시했다.
정 총리 취임 이후로는 처음으로 열린 이날 총리급 외투기업 간담회엔 유럽상의를 비롯해 로레알 코리아, BNP파리바, AXA손해보험,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대표 등 주한 유럽 외투기업 대표 25명과 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등 우리 정부 차관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주한 유럽상의와 총리급 간담회가 약 3년 만에 재개된 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침체에도 부품산업 등을 중심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실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외국인투자기업은 국내 총수출액의 20%, 고용의 6%를 담당하는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축"이라며 "최근 들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148억달러를 초과해 3·4분기 사상 최대실적(전년 동기 대비 37.9% 증가)을 기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올 들어 59억3000만달러(전년 동기 대비 84.1% 증가)를 기록하며 전체 투자를 견인했다. 그 뒤를 중화권(30억1000만달러·89.8% 증가)과 미국, 일본 등이 이었다.
한국 산업계 투자의 큰손으로 부상한 만큼 이들 기업의 건의사항도 봇물을 이뤘다. 헬터 회장은 "지난해 말 통상임금에 대한 한국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근로기준법상 구체적인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해 명확하지 않아 한국정부의 입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요리스 디역스 BNP파리바 대표이사는 "금융정보 해외 이전 문제를 좀 더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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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득환류세제는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로 기업이 당해연도에 벌어들인 당기소득의 60~80%를 투자+임금증가분+배당 등으로 사용해야 하며 이에 못 미치는 경우 차액에 대해 10%의 추가과세를 물리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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