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논란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전방위적으로 제기되면서 공직사회 기강 재확립과 대안 없는 과도한 지적이라는 입장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각 부처 출신의 관료들이 산하기관이나 연관기업으로 재취업하면서 발생하는 비리와 유착관계 문제가 여전히 시정되지 않은 채 오히려 확산일로에 있다는 점에 대해 정치권은 칼날을 겨눴다. 그러나 일각에선 '마피아'라는 선정적 용어를 달아 무차별적 매도를 하는 건 생산적 논의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공공기관 인사들의 사후평가를 강화하고 능력 있는 전직 관료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상임위마다 관피아 논란 들썩
매년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관피아 논란이 올해 국감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공기업 구조개혁과 공직사회 기강확립을 강조한 데다 올해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해피아'와 '철피아' 논란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올해 국감에서 관피아 논란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관피아 관련 용어가 올해 국감에서 무려 20개에 달하고 신조어까지 쏟아진 게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임위별 관피아 논란을 살펴보면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장에서는 시종일관 부실한 방사청의 사업 추진에 대한 질타가 계속됐다. 사업비를 부풀리거나 한두 사람의 짬짜미(단합)로 사업비를 빼돌릴 수 있을 정도로 목표가 산정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특히 군 납품비리의 근본원인으로 방사청 출신 고위간부나 예비역 군 간부가 방위산업체에 재취업하는 '군피아'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군피아들은 군의 무기 소요 파악에서부터 방사청의 사업추진계획, 시험평가 등 거의 전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해결이 시급한 관피아의 전형으로 떠올랐다.
정무위에서는 '경제검찰'로 통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공피아(공정위+마피아)'에 대한 질타가 여야를 막론하고 제기됐다. 중소기업 피해에 대한 늑장조사, 직권조사 감소 등이 공피아의 적폐 사례로 거론됐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공정위의 최근 7년간 4급 이상 퇴직자 56명 가운데 34명이 법무법인, 회계법인, 산하기관 등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면서 "공정위 직원이 기업을 대변하는 법무법인과 민간기업의 사외이사 자리에 가는 것이 대기업 봐주기나 유착관계 의혹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위에선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들의 공공기관장 임명에 대한 야당 위원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대한적십자사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관광공사, 한국마사회 등의 장이나 임원에 대한 증인채택을 요구하며 여당 위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공직사회 전반의 관피아를 척결하기 위해선 선거 이후 '보은 인사'에 대해 철저히 진상규명을 해야 하다는 것이 야당 측의 입장이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을 '박피아'로 부르면서 관피아 척결을 위해서는 이들 인사들이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리적 대안 논의 시급
그러나 관피아 척결 촉구에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우려하면서 공직사회 개혁에 있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정집단을 인사에서 무조건적으로 배제할 것이 아니라 투명한 시스템을 활용해 관료 출신들의 인적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피아 논란은 인사 후보의 높은 소양과 자격을 갖췄는지 따지기 전에 서로를 낙마시키기 위한 '이전투구'식 비판을 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전직 관료가 여러 형태의 준공공기관장의 좋은 후보가 될 수 있다. 20~30년 동안 국민이 주는 월급으로 훈련을 받은 사람을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부도덕한 관행이나 비리사건에 대한 감사나 수사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직사회의 인식전환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영훈 경제실장은 "관피아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정피아, 교피아 등 다른 사례들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경영성과 반영 등 피드백을 통한 공공기관 인사들의 사후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실장은 "외국에 비해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시장형 공기업은 민간기업에 가까운 것으로 시장에 넘겨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손을 떼야 한다"고 설명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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