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대 위의 클래식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크로스오버로, 찾아가는 음악회로 관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죠."
요즘 공연계에는 크로스오버가 성행하고 있다. 크로스오버란 오페라와 재즈, 클래식과 대중음악 등 서로 다른 장르가 결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라노 윤선경(사진)도 그 한복판에 있다. 아리아에서 벗어나 재즈와 뮤지컬, 팝, 대중가요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내려와 소극장으로, 시민회관·구민회관 같은 지역 무대로 관객을 찾아다닌다.
그는 30일 오후 8시 경기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가곡이 있는 시월의 어느 멋진날' 무대에 선다. 윤선경을 비롯해 베이스 박준혁과 테너 정의근 등 7명의 성악가가 참여해 갈라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이다. 그는 이 공연에서 이탈리아 가곡 '입맞춤'과 영화 '오즈의 마법사' 수록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를 예정이다. 모두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이다.
그는 "이미 R석이 모두 매진될 만큼 반응이 좋다"며 "의정부에서 이 공연의 반응이 좋으면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선경도 최근까지 쟁쟁한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던 소프라노였다. 그는 경북대 음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노바라 국립음악원과 테라모 아카데미를 졸업했다.이탈리아 코챠 극장에서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 '굴뚝청소부'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이래 15년간 '여자는 다 그래' '리골렛토' '피가로의 결혼' '돈 죠반니' '라 보엠'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등 오페라 무대에 섰다.
하지만 어느 순간, 큰 무대가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여름 충무아트홀 중극장 무대에서 '신데렐라'라는 오페라를 했어요. 300석 남짓한 소극장 오페라였죠.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공연계가 불황이라 소극장들의 상황은 갈수록 어렵고 소규모 오페라들은 설자리가 없어요. 그런 작품들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선경은 음악가가 스스로 변하지 않고서는 한국 공연계가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은 도시마다 극장이 있고 모든 성악가가 클래식 전용 기획사에 소속돼 있어요. 극장에 오르는 대부분의 공연은 매진이 돼요. 그만큼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죠. 큰 무대만 고집할 수 없어요. 음악가들 스스로 크로스오버를 소화하고 대중에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돼요."
그는 요즘 크로스오버 작업에 푹 빠져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재즈 밴드를 구성해 지역 무대에서 함께 공연을 하기도 한다. 늘 관객에 익숙한 곡으로 레퍼토리를 짠다. 안드레아 보첼리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렛잇비' 같은 팝송도 부른다. 윤선경은 그 무대 위에서 진짜 행복을 느낀다.
"20~30대에는 큰 무대, 큰 작품을 꿈꿨다면 지금은 좋은 음악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무대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가 주어지는 한 저는 열심히 즐기며 활동할 생각입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