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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조직을 변화시키는 힘, 피그말리온 효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06 17:02

수정 2014.11.06 17:02

[fn논단] 조직을 변화시키는 힘, 피그말리온 효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젊은 시절 연애편지를 쓰면서 인용했을 때뿐만 아니라 언제 읽어도 잔잔한 설렘을 주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의 일부다. 누군가 나에게 의미를 부여해 주고 이름을 붙여준다면 나도 그를 위해 뭔가를 해주려고 노력한다.


경북 안동시 어느 골목길의 빈터에 동네 주민들이 몰래 버린 쓰레기가 매일 가득 차 길을 막고 악취가 가득 차게 됨에 따라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시 당국이 범칙금을 물리겠다는 경고판을 세우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단속을 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별별 방법을 동원해도 효과가 없어 고민하던 차에 한 공무원이 의외의 아이디어를 냈다. 그 빈터에 화단을 만들어 예쁜 꽃을 심어두고 경고문 대신 "꽃처럼 아름다운 당신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습니다"란 팻말을 세워두었다. 그 결과 의외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갑자기 줄어들다가 며칠 후부터는 아예 아무도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바로 '긍정적 기대'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자발적 노력'의 선순환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의 포스터가 그 어떤 노력보다 효과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탁월한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이 어느 날 자신의 이상형을 상아로 조각했는데 그가 보기에도 여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끔찍이 아끼며 보듬고 어루만지며 꽃을 바쳤다. 그는 소원을 비는 축제일에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신전에 가서 그 조각상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자 기적이 일어났다. 여인상에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으며 숨을 쉬고 눈을 뜨게 됐다. 그는 이 여인과 결혼해 딸 파포스를 낳았다. 여기서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이 나왔다. 상대에게 기대와 희망을 불어넣으면 현실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유쾌한 사람이라는 기대를 갖고 만나는 경우 그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자체가 그를 유쾌한 사람으로 만든다. 우리의 예측이나 예언, 기대, 태도 자체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리더는 마음으로 부하를 조각하는 사람이고, 진정한 조각가는 돌을 탓하지 않는다. 그 어떤 돌이든 돌을 접하는 그 순간 그 돌이 자기의 손과 끌을 거쳐 하나의 위대한 작품으로 변모할 그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이 바로 조각이 무엇인지를 아는 예술가인 것이다.
결국 훌륭한 리더는 신뢰라는 의미 부여를 통해 부하들을 의미 있는 꽃으로 피게 만들고 위대한 작품으로 변모할 상대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예술품을 창조해 내는 조각가다. 부하들의 능력과 태도, 자세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관점을 긍정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배려와 신뢰, 긍정적 기대가 성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재창 PSI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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