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어가는 中企
내수부진에 적자폭 커지고 엔저로 수출길까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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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바닥재 제조기업인 A사는 한달 전 일본 수출을 중단했다.
#. 생산물량의 55%를 수출에 의존하는 가공식품 제조사 B사. 중국, 일본, 미국 등 10여개국에 수출하는 B사 대표는 내수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 초부터 대형마트 등과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제시하는 신상품 판매장려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엔저로 인한 손실이 겹치면서 올해 설립 이래 최초로 적자를 볼 위기에 처했다.
중소기업이 내수부진과 엔저로 시름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침체된 소비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지만 아직까지 중소기업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의 최대 경영애로를 조사한 결과 10곳 중 7곳이 내수부진을 꼽았을 만큼 국내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내수부진은 31개월 연속 중소기업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25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수출기업은 엔저로, 내수기업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정기 신용위험 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125개사로 전년 대비 11.6% 늘었다.
특히 일본 기업과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부품소재 기업들은 엔저로 일본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그 어떤 분야보다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향후 경기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두 달째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국 1365개 기업을 대상으로 12월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를 조사한 결과, 지난달보다 3.3포인트 하락한 83.8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BHI는 100 이상이면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부정적으로 답한 업체보다 많은 것을 뜻하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중기중앙회는 내수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고 일부 업종의 계절적 비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화기기 부품 제조사인 C사는 일본 수출물량이 미미해 엔저에 따른 직접적 타격은 없다. 그러나 중국, 미국 등지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이 회사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도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차량용 제품을 생산하는 D사는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부담이 크게 줄었지만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D사 관계자는 "환율이 내리면 대기업과 1차협력사에서 납품단가를 인하하라는 압력이 당연시되지만 나중에 (환율이)회복되더라도 단가 인상이 원상태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내수기업들은 내수침체로 신제품을 내놓기가 두렵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중심에서 자체 음료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었던 E사는 제품 출시를 당초 5월로 잡았다가 연기한 끝에 최근에는 아예 포기했다. 내수가 부진할 경우 대형마트 등에서 판촉행사로 소비를 늘리려는 시도 때문에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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