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팬택이 한차례 매각 유찰 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 임직원의 월급을 20%씩 반납키로 했다. 월급쟁이에 있어 '뼈를 깎는 고통'이지만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대의'에 임직원들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1일 팬택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27일 팬택은 간부진들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임금 반납 결정을 통보했다. 28일에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직원 설명회도 열었다.
팬택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조직 구성원들에게 (임금 반납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팬택은 지난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매각이 진행돼 왔다. 본입찰까지 미루며 인수자를 찾았지만 지난달 21일 입찰을 마감한 결과 유찰됐다. 인도, 중국 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입찰에 나선 곳은 없었다.
그동안 팬택은 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유급휴직제로 직장을 쉬는 등 비용절감에 전력해왔다. 최근에는 신제품 베가팝업노트를 출시하고 베가아이언2 출고가를 대폭 낮추는 등 제품 판매에도 열을 올렸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와 채권단의 비용절감 요구에 임금 삭감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겠지만 직원들을 내치기 보다는 모두가 함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결단이다.
이번 조치로 팬택의 전 임직원은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4개월간 급여의 20%를 삭감키로 했다.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그에 따른 보상이 있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어찌 될지는 불확실하다.
설명회 과정에서 별다른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6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어 구조조정 없는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풀이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에는 구조조정, 임금 삭감이라는 두가지 방법 밖에는 없는데, 구조조정을 통해 동료들이 직장을 잃는 것 보다는 임금 삭감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함께 넘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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