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FTA·EU 이어 세계 3대 시장 급부상
한·중·일 FTA 체결해 새로운 도약 기회 삼아야
한·중·일 3국은 정치.안보 면에서 갈등이 증폭되는 '패러독스' 관계를 보이고 있으나 경제영역에서 볼 때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3국의 협력을 통해 괄목할 만한 발전이 이뤄졌고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협력 등 접근 용이한 측면에서부터 협력관계를 다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체결함으로써 호혜적 이익을 지속적으로 증진해나가는 동시에 동북아시아가 세계경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계경제 축, 동북아로 이동?
세계경제를 논할 때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이 지역별 경제협력기구다.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아세안(ASEA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다.
각 나라의 이해관계로 형성된 경제블록은 소리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경제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돌파구 역할을 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은 경제 규모와 역량을 따져보면 모두 높은 수준이지만 그동안 과거사 문제, 영토분쟁 등 민감한 요소들이 경제협력을 막아왔다. 동북아 경제블록 형성을 위한 전제조건은 한·중·일 FTA다. 한·중·일 FTA는 기존 원거리 국가들과의 FTA와 달리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고, 경제적으로 시너지가 크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옮겨오면서 한·중·일 시장이 통합되면 가장 활용도 높은 시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중·일 3국 간 FTA 추진에 대한 논의가 급속도로 이뤄지게 되는 대목이다.
한·중·일 3국이 FTA를 체결해 사실상 경제통합을 이룬다면 세계 경제권역에 막강 파워를 지니게 된다. 현재 한·중·일 3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총 교역량과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3국 간 역내 교역비중은 전체 교역의 2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50% 이상의 비중을 두는 EU, NAFTA 등에 비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중·일의 GDP 규모(2011년 기준)는 14조3000억달러로 3국 시장 통합 시 NAFTA(18조달러)와 EU(17조5000억달러)에 이은 세계 3대 시장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韓, 경제적 호혜 비중 확대해야
동북아가 세계경제 핵심 축으로 급부상하면서 그동안 한·중·일 3국 간 교역은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한·중·일 역내 산업 간 경쟁구도는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중·일 상호 산업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이익이 감소하는 등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대비 2011년 한·중·일의 중간재 자국조달 비중은 한국은 75.1%에서 72.2%로, 중국은 88.8%에서 88.0%로, 일본은 91.9%에서 85.4%로 3국 모두 감소했다. 반면 한·중·일 전체의 역내 중간재 조달 비중은 지난 2000년 10.3%에서 2012년 12.7%로 2.4%포인트 증가했다. 한·중·일 역내 제조업 협력이 강화된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 기준 역내 한·중·일 간 경합은 심화됐다. 한·중·일의 세계 부가가치 기여율은 지난 2000년 29.5%에서 2011년 40.7%로 상승했다. 그러나 3국 가운데 중국이 지난 2000년 8.9%에서 27.3%로 급등한 한편 한국과 일본은 미약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즉 중국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이익이 감소하는 등 불균형이 심화된 셈이다.
더욱이 한국의 산업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넛 크래커' 양상으로 보이면서 향후 불리한 메커니즘으로 전개될 것으로도 관측됐다.
이에 따라 한·중·일 경제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산업협력 관계 모색의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호혜 비중 확대에 더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경제블록 편입이 늦어질수록 우리나라엔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간재와 부가가치 측면에서 중국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건 맞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균형은 심화될 뿐 절대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경제블록에 가입해 발언권을 갖고 의제 협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미·일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기 위해서 한·일 FTA 추진이 필수적인데 이를 직접적으로 수행하긴 힘들기 때문에 한·중·일 FTA를 통해 우회하는 것이 좋다"면서 "일본과도 중국과도 우리가 주도권을 쥐기 불리한 입장이라 경제블록 참여를 통해 우리 몸값을 올리고 대외신인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위원(KIEP) 연구원도 우리나라가 양자 FTA 위주의 무역협정을 체결했는데 사실 체결 자체보다는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이를 점차 다자간 무역툴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중간재 무역 특성상 역내 원산지 비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양자 FTA와 달리 여러 국가가 참여하게 되면 개별 국가 단위의 경쟁력보다는 산업별 경쟁력이 중요해진다"면서 "수입대체산업을 양성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사슬에 편입될 수 있게 정부가 연구개발(R&D) 직접지원 등 지원책과 적절한 경쟁을 촉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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