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국내 유수의 발레단들이 '호두를 깐다'.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다는 뜻으로, 발레계에서 통용되는 속어다. 12월은 실로 호두까기 인형의 계절이라고 할 만하다.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가 각기 다른 '호두까기 인형'으로 관객을 만난다.
'호두까기 인형'은 발레 명콤비로 불리는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고전발레 대표작으로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함께 '차이콥스키 3대 발레'로 꼽힌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 클라라가 꿈 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과자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에서만 20회 공연으로 세 발레단 중 최장기 공연을 펼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설정이 독특하다. 클라라가 과자의 나라를 여행하고 종국에 사탕요정이 된다. 안무적으로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을 이어받아 원작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최대 티켓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서 매년 말 선정하는 골든티켓 어워즈 무용 부문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공연은 오는 19~31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1만~20만원. 070-7124-1798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버전으로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동화적 스토리를 남녀노소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안무가의 서사적 분신이자 주인공 마리(마린스키 발레단 버전에서의 클라라)와 관객들을 꿈 속 나라로 이끄는 '드로셀마이어' 역할을 강화해 개연성을 부여했다. 국립발레단 역시 지난 14년간 이 공연을 할 때마다 전일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공연은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9만원. (02)587-6181
서울발레시어터는 전속 안무가 제임스 전이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인다.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은 빠른 템포로 변형해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막의 각 나라 민속무용 장면에서 상모돌리기와 장구춤 등 한국적 요소를 가미했다. 또 원작에서 커다란 드레스가 인상적인 '마더 진저'는 조선시대 왕비 차림으로 등장한다. 사회공헌 일환으로 교육한 홈리스 발레교육생들이 1막 무대에 오른다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공연은 오는 27~28일 수원 정자동 SK아트리움. 2만~3만원. (02)3442-2637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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