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제주도 출신이 아니더라도 이제 제법 많은 사람이 아는 단어가 됐다. 제주도로 트레킹 여행을 떠난 올레꾼들도 흔히 "제주에서 곶자왈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다"고 말한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수풀이 우거진 '자왈'을 결합한 제주도 고유어다.
오는 16일부터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광호 작가(47)의 개인전 '그림 풍경'은 인적 드문 곶자왈의 겨울 풍경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가로세로 100㎝ 이상의 대작이 대부분인 이들 작품은 곶자왈이 제공하는 원시성과 함께 나무와 덤불이 서로 투쟁하듯 공존하는 숲의 생명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작가는 인적 없는 겨울 곶자왈을 직접 방문해 특정 장면을 포착하고 속도감 있는 붓질과 중첩된 터치로 숲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런 다음 그만의 고유한 기법인 고무붓과 니들(needle)을 사용해 화면을 날카롭게 긁어내거나 뭉개는 방식으로 곶자왈의 독특한 질감을 표현해낸다. 전작인 '인터-뷰(Inter-View)' 시리즈나 '선인장' 작업이 대상을 선정하고 일정한 거리를 둔 상태에서 관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선 풍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 대상이 된 숲과 내밀한 호흡을 나누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작가는 숲, 특히 곶자왈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숲이 갖고 있는 망막함, 광활한 다양성을 생각하면 화가로서 도전할 수 있는 폭 또한 무한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시야가 무한한 곶자왈 속으로 막상 들어가 보니 작업을 할 때 감정이 많이 개입되더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02)735-8449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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