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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박근혜정부 남은 3년이 더 중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23 17:33

수정 2014.12.23 22:26

[노동일 칼럼] 박근혜정부 남은 3년이 더 중요하다

지난 19일로 박근혜정부 2년이 지났다. 취임일부터 따지면 조금 이르지만 2012년 대선일로부터 치면 그렇다. 한창 3년차 국정운영의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기운이 약동할 시기다. 선거 승리 2주년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야 옳다. 하지만 국가 전반에 걸쳐 뜨거운 열기는 고사하고 온기조차 느끼기 어렵다.

비단 싸늘하게 식어가는 경제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2년의 분위기가 지금과 같은 차가운 기운으로 일관해 왔다면 너무 냉정한 평가일까.

현 정부 첫 1년은 실패한 인사로 기억된다. 야당의 발목잡기를 탓하기 전 국정 준비단계에서부터 궤도를 벗어났다. 누가, 왜, 저런 사람을, 저런 자리에, 어떤 경로로 추천한 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가 반복됐다. 일일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1년을 지나 막 탄력을 받을 즈음 세월호가 침몰했다. 현 정부만을 나무랄 수 없는 총체적 부실의 종합판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가 사태를 더 크게 만들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무리 아쉬워해도 흘러간 시간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남은 3년이다. 지난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앞으로 의외의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반면 박 대통령이 지금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고집한다면 똑같은 양상으로 남은 3년이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국정운영의 첫 단추를 끼운다는 각오로 집권 3년차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보고서와 비서 의존에서 탈피해야 한다. 보고서는 제대로 된 진실을 담지 못한다. 보고서를 쓰는 사람은 읽는 사람을 늘 의식하는 법이다. 독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내용을 굳이 넣을 이유가 없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둘러싼 한편의 희비극은 절대로 보고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속된 말로 찌라시가 버젓이 청와대 공식문서로 만들어진 사실은 검찰수사로 확인되고 있다.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그에 바탕을 둔 각종 보고서가 만들어지지 않았겠는가. 지금까지 그런 잘못된 정보를 전제로 국정운영이 이뤄진 사례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비서도 종종 상황을 왜곡하기 쉽다. 청와대뿐 아니라 어떤 조직도 마찬가지다. 일정관리, 만남 주선, 전화연결, 보고서 취사선택 등을 통해 발휘되는 비서의 능력(?)은 우리가 경험해 알고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 주군의 생각과 선호도를 훤히 아는 비서라면 더 문제다. 사심(私心) 없이 충성스럽다는 평가를 받을수록 비서의 비공식 권력은 커진다. 인사문제 등이 비서를 통해 전달되면 대통령의 뜻인지 비서의 의중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지난달 호주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후 귀국길에 박 대통령은 기내에서 즉석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특별한 의전 없이 기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다. 박 대통령의 소통능력 자체를 폄훼하거나 의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도 일제히 박 대통령의 파격을 환영하는 기사 일색이었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도 바로 그런 모습이다. 총리, 장관, 수석비서관 등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국정의 중요한 문제들을 의논하는 모습 말이다. 성격은 여간해서 바꾸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을 고수할 것이라는 지배적인 의견은 아마도 이런 일반론에 바탕을 둔 것일 터다. 하지만 공인은 다르다.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대선일을 기점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아직도 남은 3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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