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5%(연율 기준)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속보치(3.5%)보다 1.5%포인트나 높게 확정 발표된 미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은 '깜짝 실적'이라고 할 만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1만8000 선을 넘어설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상무부는 당초 3·4분기 성장률을 3.5%라고 밝혔다가 3.9%로 수정했다. 이날 나온 성장률은 5%였다.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미국 경제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美 경제, 2003년 이후 최대 성장
미국의 소비 증가와 의료부문, 기업투자가 수정치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증시는 곧바로 반응했다. 다우존스지수뿐만 아니라 뉴욕시황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장중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다.
유가도 미국 성장률지표 발표에 힘입어 덩달아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UI)의 글로벌 애널리스트 마이크 제이크만은 "오늘 미국 경제성장률은 더할 나위 없는 최고 수준"이라고 평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이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더 많은 사람이 일한다는 것은 더 많은 소득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더 많은 민간 소비지출, 더 많은 기업 투자, 더 많은 고용을 뜻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기 시작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날 3년 만에 최고 수준인 0.74%까지 뛰었다.
4.4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1월 미국 가계소득이 전월 대비 0.4% 급증해 연말 대목에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애널리스트들은 탄탄한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내년에도 미국 경제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强 달러, 세계경제 침체 등 부담
미국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유로존, 중국, 일본 등과 다른 경제흐름을 걷고 있지만 강한 달러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경제전문지 포천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경제가 주춤하는 가운데 지난 6개월 동안 가치가 12% 상승한 달러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해외 영업실적이 감소하면서 내년에는 강달러가 현재의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3·4분기 5% 성장률은 기업들의 양호한 해외실적과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가 기여했다고 포천은 분석했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 경제만 현재와 같은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CNBC와 무디스애널리틱스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설문조사 결과 올 4.4분기에는 3% 내외 성장할 것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4·4분기 들어 30% 떨어진 국제유가로 무역적자가 더 감소하고, 저유가에 힘입어 소비자가 지갑을 더 열 것이지만 달러 강세로 값이 더 싸진 수입품 구입이 증가하면 무역적자가 증가하면서 5% 성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포천은 전했다.
낙관적 전망도 있다. 도이체방크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조지프 라보르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4·4분기에도 5% 가량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전문기자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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