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상대평가 전환 학생들 반발로 이어져
획일적 잣대 부작용 우려
한국외국어대학교가 학점 상대평가 소급적용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점수를 높이려는 학교와 종강후 상대평가 소급적용이라는 초유의 결정에 분노한 학생들이 충돌한 것.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대학평가의 구조적인 모순에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앞당겨진 상대평가
한국외대는 지난 6월 23일 2학기부터 수강인원 15인 이상의 강좌에 대한 상대평가와 재수강 학점상한선을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적평가원칙 변경을 공고했다. 졸업생 평균 학점이 서울지역 대학중 최상위권으로 나타나자 이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 하지만 갑작스러운 결정은 학생들의 반발에 부딛쳤다. 결국 8월 5일 성적평가 원칙을 재논의하고 시행시기는 2015학년도 1학기로 유보하는 내용이 재공지 됐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11월 11일 학교측은 당초 밝힌 성적평가 변경방식을 확정 발표했다.
이처럼 내년 1학기에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던 상대평가가 갑자기 올 2학기에 적용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다.
30일 학교측은 "학점 인플레라는 지적도 있고 해서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더이상 늦어져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시기가 당겨진 것에 대해서는 "그 사이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안이 구체화된 것도 작용했다"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무관하지 않음을 내비쳤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는 지난 9월 30일 1차 공청회에서 초안이 발표됐고 11월 11일 2차 공청회를 거쳐 지난 24일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평가지표가 구체화 되며 학교측으로서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바꾸기 쉬운 학점이 '타깃'
한국외대의 내홍에 대해 서울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손을 데기 쉬운 곳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구조개혁평가지표 12개(전임교원 확보율, 교사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수업 관리, 학생 평가, 학생 학습역량 지원, 진로 및 심리 상담 지원, 장학금 지원, 취.창업지원, 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교육수요자 만족도 관리) 중 재정적인 집행이 필요한 부분은 현실적으로 개선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도 "중소대학들은 재정적으로 크게 투자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개선이 가능한 지표부터 최대한 높이려고 한다"면서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할 학사관리에 교육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대학을 등급화 해 평가한다는 큰 틀은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방식과 궤를 같이 한다.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에 대해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불가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전체 대학을 5개 등급으로 나눠 2년 연속 최하위를 받게 되면 퇴출시키는 대학구조개혁평가와 같은 방식이다.
대교연 관계자는 "정성평가 지표가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때보다 강화됐지만 일정 부분 때문에 개선이 쉽지 않다"면서 "문제점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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