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유 업무 '송금'도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해결
2020년 통신망에 연결된 '사물' 250억개로 증가
정부, 연구개발 앞장서 '더 많은 틀' 깨고 발전해야
정보통신기술(ICT)은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은 제3차 혁명의 중심이다. 개인과 개인을 넘어 개인과 세계, 나아가 사물과도 이어지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 3차혁명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이제 모든 산업에서 ICT는 필수조건이다.
자동차 공장, 선박 공장, 심지어 동네 빵집이나 비닐하우스까지도 인터넷으로 연결돼 네트워크를 통해 제어한다.
대면이 기본이었던 은행은 이제 지점이 필요 없을 정도다. ICT를 기반으로 모든 산업의 '틀'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예양리에서 비닐하우스 15동에 토마토, 멜론 등을 재배하는 강전호 사장(50)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매일 수차례 비닐하우스에 나가 물을 주고 때맞춰 농약도 뿌리고, 추운 겨울에는 열풍기도 시간에 맞춰 틀어주곤 했다. 사실상 하루의 대부분을 비닐하우스에서 지냈다. 일할 사람을 더 늘려야 하나 고민하던 강 사장은 SK텔레콤의 '스마트팜(Smart Farm)' 사업을 전해 듣고 약 700만원을 들여 비닐하우스 4개동에 시스템을 갖췄다. 이제 그는 스마트팜 4개동에 가끔 한 번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하면서 버튼만 누르고 있다. 물 뿌리기 같은 기본적인 명령은 물론이고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앱이 알람까지 해준다.
■스마트팜·핀테크 등 이제 시작
SK텔레콤이 농촌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로 2년 전 시작한 스마트팜은 무선 사물통신을 활용한 원격제어기술을 통해 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농민들의 여유로운 생활을 가능케 하는 농업 솔루션이다. 스마트팜은 지능형 비닐하우스 관리시스템으로 원격 온실개폐 및 관수, 온풍기·열풍기 가동, 농약 살포, 농장 보안관리 등의 기능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 농가의 자동개폐기 등 장비에 저렴한 비용으로 설치 및 연동이 가능하고 기본 제공되는 온·습도 센서 외에 다양한 추가 센서를 장착해 더 많은 기능을 늘릴 수 있다. 특히 CCTV를 설치하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원격으로 제어하면서 작동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전알림 기능, 고온·저온 실시간 알림 기능을 통해 농민들이 농장에 직접 들르지 않아도 안심하고 시설물을 관리할 수 있다.
전북 고창군 소재 장어 양식장인 삼양수산은 ICT를 도입, 환경변화에 민감한 장어를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양식사업을 한다. 정주호 삼양수산 사장은 "SK텔레콤의 IoT 기반 양식장 관리시스템을 활용하니 밖에서도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큰 장비가 필요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양식장 수조별 수온, 산소량, 수질 측정용 센서와 수질 계측기 등을 갖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 사장은 스마트폰을 통해 수조와 장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KT가 강원도 강릉 샛돌지구 전원마을에 구축한 '스마트 식물공장 토털 솔루션'은 내부 재배시설(냉난방, 가습, 환기, 재배배드, 제어패널)과 원격 환경제어솔루션(IMS)을 결합한 돔하우스 형태로 외부 환경과 계절적 요인에 상관없이 연중 작물 생산이 가능하다.
농업뿐만 아니다. 다음카카오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은 데 이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한 번에 최대 10만원까지 송금이 가능한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내놨다. '송금'이라는 은행 고유의 업무에 발을 디딘 것이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이른 바 핀테크(Fintech)의 시작이다.
이미 서비스 업종은 IT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몇 분 뒤에 버스가 도착할지 안내해주는 버스정보시스템(BIS)은 LG U+가 전국 확대 구축을 진행 중이다. 동네 치킨집에서 나오는 다양한 음악도 IT 기업의 월정액 서비스로 제공될 정도로 ICT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서비스 동반돼야 산업 발전
두산중공업은 자사가 공급한 발전기기의 운전 상황을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를 분석하고 문제가 생기면 신속히 조치하는 원격감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발전소 중앙제어실과 운전상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설비 수명 예측까지도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등장으로 엔진과 같은 기계적 성능이 아닌 차량제어와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는 센서, 소프트웨어로 핵심가치가 이동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IT 기업들이 ICT 기반 자동차 운영체계도 개발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제조공장에 로봇을 도입하는 등의 단순 자동화를 넘어서 서비스를 동반해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ICT inside'가 산업 발전의 핵심요소가 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 최명호 선임연구원은 "트랙터 제조회사는 트랙터와 연관된 농장관리, 날씨정보, 관개, 파종, 농기구 관리시스템 등까지 함께 제공해 기존 경쟁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기존 산업에 IoT가 더해져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사슬을 혁신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틀을 깨려면
미국의 IT 연구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는 통신망에 연결된 소비자, 기업, 산업용 '사물'의 총수가 오는 2020년 250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9억개와 비교하면 30배에 가까운 규모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사물인터넷 분야가 거대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IT 컨설팅 전문업체 액쿼티는 2019년까지 소비자들의 3분의 2가 집에서 사용하기 위한 커넥티드 기술을 구매할 것이며, 절반 정도가 웨어러블 기술을 구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정의 보일러, 세탁기,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돼 사용자가 밖에서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IoT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최 연구원은 "이미 미국, 독일 등은 정부가 앞장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수인력 확보도 시급하고 산학연 협업과 공동연구,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구축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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